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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개구리 Jan 06. 2025

03. 11월과 삶

 삶이라는 건 뭘까.. 내가 걸어온 길들이 모여 하나의 지도가 완성되는 그 순간 알게 될까? 그때쯤이면 난 이미 기력을 다해 쇠퇴하고 있을 테인데,, 그때 의미를 알게 되면 무슨 소용일까


올해도 벌써 다 가고 있다. 11월을 지나 12월은 또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주변에서는 벌써 크리스마스를 기대하고 기다린다. 나는 크리스마스가 싫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한 해가 또 지나가니까 일종의 질척거림이랄까, 시간을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은 그런 마음이다. 그래도 시간은 가니까 잘 맞이하는 수밖에 없겠지. 대학 시절 교수님이 해주신 말이 생각난다. 11월은 그 해를 정리하는 시간이라고, 맞다. 일 년간 내가 느낀 수많은 감정과 생각 그리고 경험을 12월 끝에 정리하기에는 너무 많지 않은가. 그러니 미리미리 정리하고 또 다가올 해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지.


나의 11월은 참 바빴다. 1월부터 준비하던 시험이 있던 달이기 때문이다. 나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시험을 보고 나서 시간이 지난 후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을까? 내가 더 고통스럽게 공부했다면,, 이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그래도 100프로 후회는 아니다. 나는 내가 죽을 만큼은 아니더라도 그간 열심히 공부만 생각했다는 걸 아니까. 여기서 감정이 끝나면 좋을 텐데 시험 결과에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이상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만약에 떨어지면, 날 도와주던 부모님, 멀리서 날 걱정해 주는 오빠와 친구들, 그리고 이미 시험에 통과해 어엿히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얼굴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리고 앞으로 뭘 해야 할까,,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결과가 나오고 해도 된다고 나 스스로를 다스리고 다스린다. 그래서 올해를 정리해 보자면 열심히 살고 또 행복하게 살았다. 가끔 공부가 너무 하기 싫은 날은 연남동에 가서 맛있는 디저트를 사 오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도 들으면서 나를 다독이고 또 다독였다. 그리고 시간이 너무 빨리 갔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갔다는 건 그만큼 잘 보냈다는 하나의 징표로 받아 들어야겠다.


 요즘 또 삶에 대한 고찰이 시작되었다. 이런 버릇은 버리고 싶다가도 결국에는 무언가를 얻어내기에 하나의 습관으로 계속 간직하고 싶기도 하다. 그 고찰의 작은 주제들은 내가 사랑하는 것은 무엇일까, 점점 좁아지는 인간관계에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뭐 먹고살아야 할까,,, 그래도 내가 찾은 작은 답들은 이러하다. 첫 번째로 내가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고 싶을 때 악조건에서도 했는지, 안 했는지를 보면 됨을 알았다. 거센 바람이 부는 속초의 대교를 건널 때, 그 풍경이 너무 이뻐 이 순간을 카메라에 담지 않으면 안 되겠다 생각이 들어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아침부터 이것저것 하느라 너무 피곤한 새벽이지만 글을 쓰고 싶어 책상에 앉을 때, 내 할 일도 많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의 부탁을 들어줄 때,, 이것이 사랑한다는 것 아니면 무엇일까, 적어도 나에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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