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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golden age Aug 28. 2024

옥스퍼드에서 만나는 도도새 (2)

도도새의 초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지난 글에서 소개한 옥스퍼드 크라이스트 처치 (Christ Church) 대학교와 동화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의 관계에 이어서 이번에는 <도도새>에 대해서 소개하려고 한다. 도도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삽화에서 본 적이 있어서 낯설지가 않다. 나는 도도새를 동화나 신화 속에 등장하는 상상 속의 새라고 생각했었다. 외모를 보니 날 수 있는 새는 아닌 거 같고, 뚱뚱하니 귀엽다. 오리나 거위보다 부리가 훨씬 두껍고 땅에 닿을 만큼 길고 몸집도 커서 날지 못할 거 같은데 이름은 새였다. 그러다 보니 유니콘이나 드래건처럼 전설처럼 내려오는 멋진 새려니 생각했으나, 실존하는 새였다. 아니, 실존했었던 새였다. 도도새(Dodo)는 인도양의 마다가스카르 (Madagascar) 동쪽에 있는 모리셔스(Mauritius) 섬에서 서식했던 새였으나, 1681년에 목격된 것을 마지막으로 멸종되었다. 300여 년 전에 멸종된 새의 유일한 박제 표본의 일부가 남아 있으니, 옥스퍼드에 있다고 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옥스퍼드에서 탄생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어 반가웠는데, 도도새까지 덤으로 알게 되다니 솔깃하다. 사실 나는 자연사 박물관은 잘 가지 않는다. 아이가 어렸을 때 몇 번 간 적은 있으나, 전혀 관심이 없고 그곳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언제나 미술관 다니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연사 박물관은 무조건 가지 않았지만, 옥스퍼드에서는 기꺼이 도도새를 찾아가기로 했다.


from The Naturalists Pocket Magazine, Harrison, London, 1800.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 1832~1898)은 존 테니얼 경(John Tenniel, 1820–1914)에게 그의 책에 넣을 삽화를 의뢰한다. 그들은 최종 42개의 삽화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넣기로 합의하였고, 삽화는 1865년에 완성되었다. 그중 9번째, 10번째 그림에서 도도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9. Dodo presenting thimble <도도가 골무를 선물한다>


10. Mouse telling story to birds and Alice <새와 앨리스에게 이야기하는 쥐>


도도새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598년 네덜란드 선원에 의해 남겨졌다. 이후 1600년대에는 사람들이 이 섬을 드나들면서 도도새는 포획당하였고 식용으로 잡아 먹히기도 했다. 모리셔스 섬에는  도도의 천적이 없었기 때문에 도도는 날지 못하는 새가 되어갔고, 뚱뚱해져서 재빠르지도 않았다. 날개는 퇴화되는 대신에 부리가 두껍고 길어졌다. 도도새는 귀하게 여겨지며 유럽 여러 국가에 선물용으로 반출되었다. 도도새는 서서히 소멸해 갔으나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인간에게 발견된 지 180여 년 만에 어느 날 갑자기 완전히 멸종되었다.


현재는 도도새 박제의 머리와 다리 부분 정도만 남아있기 때문에 17세기의 회화, 드로잉, 서면 기록을 통해서 도도새의 전신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이후에 그려진 도도새의 모습은 상상으로 그려졌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도도새가 너무 오래전에 갑작스럽게 멸종되었기 때문에 박제나 표본도 제대로 남겨두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멸종되었는지 조차도 모르고 있다가, 19세기가 되어서야 도도새가 멸종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제서야 17세기 초에 유럽으로 옮겨진 4개의 표본에 대한 연구가 수행되었으나 이미 표본의 상태가 많이 상한 후였다.


전 세계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도도새의 박제는 다른 새의 깃털을 사용해서 제작한 것이다. 옥스퍼드에는 도도새의 머리와 발이 남아있고, 대영박물관에는 발이 남아있고, 코펜하겐에는 머리가 남아있다. 옥스퍼드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박제가 머리와 발만 남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었다. 1683년부터 옥스퍼드 애쉬몰리언 박물관 (Ashmolean Museum)에 소장되어 있던 유일한 도도새 박제는 보존 상태가 점차 나빠지더니 결국에는 심하게 부패가 되었고, 이에 박물관 관장은 부패한 박제를 소각 처분 하기로 결정하고 모닥불에 던져 버린다. 아마도 그는 도도새가 멸종된 사실을 알지 못했을 거다. 1755년의 일이었다. 그때 큐레이터가 불에 타서 훼손된 표본에서 일부라도 건져내서 다시 보존 처리했기 때문에 그나마 머리와 발이라도 남아 있게 된 것이라고 전해진다.


살아있는 도도새를 보고 그린 그림은 네덜란드 화가 룰란트 사베리(Roelandt Savery, 1576~1639)의 그림에서 제일 많이 볼 수 있다. 그는 10여 점 이상의 도도새 그림을 남겼다. 1626년경에 그가 그린 그림은 한때 조류학자인 조지 에드워즈가 (George Edwards)가 소유했기 때문에 지금은 <에드워즈의 도도>라고 불리며 도도새의 표준 이미지가 되었다. 이 그림은 에드워즈가 런던의 자연사 박물관 (Natural History Museum)에 기증하며 그곳에 소장되어 있다.


룰란트 사베리(Roelandt Savery) <에드워즈의 도도, 1626년경> Natural History Museum, 런던


룰란트 사베리(Roelandt Savery) <Landscape with Birds, 1628년경> Kunsthistorisches Museum 빈 미술사 박물관


인도의 궁정 예술가이자 박물학자였던 우스타르 만수르(Ustad Mansur,?~1624)의 1625년경 그림이다. 영국의 여행 작가였던 Peter Mundy (1596~1667)에 의하면 1600년대에 도도새 두 마리가 인도에 반입되었다고 한다. 이 그림은 무굴 제국의 동물원에서 살아있던 도도새를 보고 그린 것으로 추정되며 정확하게 묘사된 몇 안 되는 색채 그림이다.


우스타르 만수르, 1625년경 작품 Institute for Eastern Studies, Novo-Mikhailovsky Palace, Saint Petersburg


다음 그림은 네덜란드 화가인 코넬리스 사프틀레븐(Cornelis Saftleven, c. 1607~1681)이 1638년에 그린 도도새 삽화로 살아있는 도도새를 그린 마지막 그림으로 추정된다. 이 작품은 로테르담의 보이만스 박물관(Boijmans Museum)에 소장되어 있다.


코넬리스 사프틀레븐(Cornelis Saftleven), 1638년 작품, Boijmans Museum, Rotterdam


도도새는 천적 없이 편하게 살아오면서 점차 퇴화되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 상징으로 자기 관리를 잘하지 못하고 어리석고 둔한 사람을 가리키는 속어로 사용되거나, ‘도도처럼 죽었다’, ‘도도의 길을 가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갑자기 멸종되거나 쓸모없게 되었다는 표현으로 사용되고는 한다. 지상 낙원이라는 주어진 환경에 맞춰서 최선을 다해 살고 있던 도도에게는 억울한 평가일 듯하다. 이 그림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면, 우리는 도도를 전설 속 어떤 모습으로 기억할지 모르겠다. 그나마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몇 점 남아있어서 도도에게는 다행인 듯하다.


이제 도도새 박제를 찾아보러 옥스퍼드대학 자연사 박물관 (Oxford University Museum of Natural History)을 방문해 보기로 한다.  <다음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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