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스 처치 미술관 Christ Church Picture Galler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 올립니다. 요즘 진짜 너무 덥지 않나요. 정말 글도 쓰기 싫고, 그냥 누워서 빈둥거리며 쉬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브런치앱에서 자꾸 알람이 뜨는 거예요. 글 올리라고… 정말 무서운 앱이에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거예요.
저의 첫 책은 9월 중순에 출간될 예정이에요. 마무리 작업 중에 있고요, 마무리 단계에서 제가 할 일은 별로 없지만. 의사결정도 같이 하고, 바로바로 피드백 드리고, 대기 중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면서 그동안 밀렸던 일들도 하며, 그러나 너무 더워서 맘껏 못하며… 게으름을 피우고 싶었는데, 똑똑한 Ai 덕분에 등 떠밀려 두 번째 작업을 시작해 봅니다. 이번에는 런던 주변의 미술관들을 정리해 볼까 해요. 우선 옥스퍼드 1편부터 간단하게 써볼게요^^;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교는 39개의 단과 대학등이 모여서 이루어진 대학교 도시이다. 각각의 대학은 교회 같기도 하고 고성 같기도 한 멋진 건축물과 정원을 가지고 있다. 이 작은 도시에 도서관만 128개라고 하니, 골목골목 걸어 다니면서 받는 느낌은 감동적이다. 이런 도시가 있는 줄 진작에 알았다면, 어렸을 때 공부를 잘해 볼 의지가 생겼을 것도 같다. 옥스퍼드의 개교일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096년에 남아있는 기록으로 보아 그 이전에 설립되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영어권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건물은 중세시대를 연상케 하며 고풍스럽고 잘 보존되어 있다. 건물 안에 들어섰을 때 갑옷을 입고 창과 방패를 들고 서있는 기사가 반기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거 같다. 특히 몇몇 캠퍼스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도서관에는 고서들이 가득하고, 스탠드의 은은한 조명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내부는 윗부분밖에 보이지 않지만, 학생들이 자유롭게 앉아 공부하고 있는 모습이 두꺼운 돌 벽을 꿰뚫고 들여다 보이는 듯하다. 학생들은 캠퍼스 곳곳에 숨겨진 기숙사에서 생활을 한다. 나의 절친 아들도 이곳 어딘가에서 공부하고 있을 거라 생각되어서 무척 흐뭇했다. 어릴 때부터 천재소리를 들었던 그 녀석은 마침 이때 다른 지역에 놀러 가고 없어서 밥을 사주지 못하였다. 나는 혼자 하루먼저 도착해서 여유롭게 둘러보고 다음날 가족과 합류했다.
수년 전 옥스퍼드를 처음 방문했을 때는 제일 유명하다는 크라이스트 처치 (Christ Church, University of Oxford)부터 방문했었다.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첫 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식당이 이 학교의 그레이트 홀에서 촬영되었다고 해서 관광객이 이곳으로 몰리고 있다. 그레이트 홀에서는 실제로 학생들이 식사를 하며, 건물 곳곳에서 해리 포터가 촬영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학교는 헨리 8세 (Henry VIII)가 1546년에 설립하였고, 13명의 영국 총리를 배출한 명문 교이다. 사실 나는 이곳을 2번 방문했지만, 결국 그레이트 홀 안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사전예약이 필요하다^^; 사진을 보니 그레이트 홀을 위해서라도 한번 더 방문하고 싶다.
크라이스트 처치 방문객 안내소 쪽으로 출입을 하다 보면 길 건너편에 Alice’s Shop이 있는데 가게가 예뻐서 눈에 띈다. 아기자기한 가게 안에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관련된 캐릭터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제품은 다 만나볼 수 있었다. 빨간색 윈도 프레임과 빨간색 출입문이 칙칙한 중세도시에서 포인트 색상이 되어준다. 이곳에서는 하드커버로 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책을 한 권 구입했다. 책 디자인과 안에 그림이 너무 예뻐서 소장하고 싶었다.
알고 보니 앨리스는 옥스퍼드의 자랑이었고 이 매장은 명소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이 크라이스트 처치 출신이었다. 그는 성공회 신부였고, 크라이스트 처치 대학교를 졸업했을 뿐만 아니라 이 학교의 수학과 교수로 수십 년간 근무했으며, 그의 수학과 논리에 대한 공헌은 지금까지도 인정받고 있다. 그의 본명은 찰스 럿위지 도지슨(Charles Lutwidge Dodgson, 1832~1898)으로 작가이자 시인으로 활동하며 루이스 캐럴이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는 작가 조앤 롤링 (Joan K. Rowling, 1965~)이 <해리 포터>를 집필 한 곳이라고 해서 도시 곳곳에서 해리 포터 관련 캐릭터를 만날 수 있고 작가가 집필하며 머물렀던 숙소와 카페 등의 장소를 가 볼 수 있는데, 옥스퍼드에서는 앨리스와 관련된 곳을 도시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루이스 캐럴은 아이들을 사랑했고,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줬다. 여자이름 같지만 작가는 남성이다. 그의 숙소에는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이 장난감 가게만큼이나 많았다고 한다. 그는 크라이스트 처치 학장의 아이들을 돌보아 주었는데, 여름방학 때 템스 (Thames) 강에서 보트에 태워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내서 들려주었다. 학장의 딸 앨리스 리델 (Alice Liddell)은 그가 들려주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까워서 <golden afternoon> 스토리만은 꼭 글로 적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때가 1862년 여름이었다. 그렇게 해서 책으로 탄생하게 된 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모험,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이고, 곧이어 속편 <유리를 통해, Through the Looking-Glass>도 탄생하게 되었다.
동화는 주인공인 엘리스와 그녀의 여동생이 강둑에 앉아 있는 것으로 시작된다. 작가가 템스강을 따라 보트를 타고 시간을 보내면서 영감을 받은 근처의 장소들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게 된다. 크라이스트 처치와 초원, 템스강과 그 주변은 동화 속의 장면마다 등장하고 그 장소들은 지금 관광 명소가 되어 사랑받고 있다. 특히 크라이스트 처치 대학교의 곳곳은 동화 속에서 가장 자주 나온다. 앨리스가 원더랜드에 빠지게 되는 토끼 구멍은 크라이스트 처치 대성당의 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고, 교내의 정원에 있는 작은 나무문은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로 들어가는 문으로 사용되었다. 또한 옥스퍼드 대학교의 식물원 (Botanic Garden)과 그가 자주 가던 펍, The Eagle and Child Pub 도 등장한다. 내가 방문했던 Alice’s Shop은 앨리스 리델이 사탕을 사 먹으러 자주 들리던 가게가 있던 자리였다고 한다.
나는 어릴 때 책을 참 좋아했는데, 이상하게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극복해내지 못했었다. 동화책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운 책이었다. 토끼가 나오고 토끼굴로 들어가서 다른 세상으로 건너뛰고 등등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어른이 되어서는 <해리 포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번 시도는 했으나, 영화로도 못 보겠고 책도 조금 읽다가 포기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두 작품에는 공통점이 있는 거 같다. 영국 작가의 작품이고, 판타지 장르라고 해야 하나. 상상, 공상, 모험이 들어가면 못 따라가는 거 같다. 내가 진심 좋아하고 감동을 받은 동화책은 소공녀 <A Little Princess, 1905>와 작은 아씨들 <Little Women, 1868>이었다. 특히 소공녀의 작가 Frances Hodgson Burnett (1849~1924)은 영국태생의 미국인으로, 그녀가 묘사한 세라의 다락방과 주변환경을 너무 좋아했고 동경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영국 어디를 가도 어릴 적 동화책 속에서 그렸던 그림을 현실에서 그대로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옥스퍼드도 나에게 그런 도시이다.
나의 목적지는 크라이스 처치 미술관 (Christ Church Picture Gallery)이다. 미술관을 들어가게 되면 입장료를 내야 하는 대신에, 교정관람 투어를 예약하지 않아도 쓱 둘러볼 수 있다. (그레이트 홀 투어와는 별개이다) 미술관은 숨겨진 보물창고였다.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내부 구조가 더 보물을 찾으러 들어가는 느낌을 주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1968년에 개장한 곳으로 옥스퍼드와 캠브릿지 대학 중에 유일하게 300여 점의 올드 마스터 페인팅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14세기부터 18세기까지의 이탈리아 예술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고, 거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알브레히트 뒤러, 라파엘로, 루벤스의 작품을 포함하여 Anthony van Dyck, Frans Hals 등 친숙한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사진 촬영을 할 수 없어서 다 기억할 수가 없지만, 갤러리 규모는 작았지만 보물창고였다고 확신한다.
갤러리 벽에는 비어있는 액자 프레임 세 점이 걸려있었다. 그 스토리는 이렇다. 2020년 3월 14일에 그림 세 점을 도난당했는데, 액자는 부서진 채로 남아있었고 그림만 가져갔다고 한다. 액자는 복원한 후에 벽에 다시 걸어 반환에 대한 희망을 상징하고자 했고, 그 희망대로 2024년 4월에 루마니아에서 한 점이 발견되어 반환되었다. 1768년부터 전시되어 있던 두 점도 곧 돌아오길 희망해 본다. 돌아오지 않은 두 점: Anthony van Dyck, <A Soldier on Horseback(c.1617)> 그리고 Annibale Carracci, <A Boy Drinking(c.1580)>
갤러리를 나와, 교정을 둘러본다. 학생들의 숙소와 도서관의 불빛이 밝게 보이는 교정이 아름답다. 문득 이곳을 교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어 잠시 혼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