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 궁녀를 사랑했다. 궁녀는 왕을 사랑했을까? 내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본다. 드라마의 말미에 가서야 확실해졌다. 드라마는 ‘궁녀는 왕을 사랑했다’ 라고 정의한다. 덕임은 주체적인 삶을, 자신이 선택하는 삶을 살고자 애썼다. 왕의 마음을 몇 번이나 거절하고, 후궁의 자리를 거절한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덕임은 산이 소중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 더욱 소중했다. 산을 사랑하는 마음은 자신의 삶과는 별개의 것이었다. 평생을 궁에 갇혀 임금이 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삶, 덕임은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산의 곁에 남는 선택을 했다.
덕임의 인생에 있어 ‘선택’이란 무슨 의미였을까. 덕임의 죽음 앞에서, 산은 그녀에게 묻는다. 정말 나를 단 한 순간이라도 사랑하지 않았느냐고. 덕임은 직접적으로 답하지 않는다. 그저 그 순간에조차 자신의 선택에 관해 이야기할 뿐이다. 정말 내키지 않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망쳤을 것이라고. 전하의 곁에 남으리라 선택한 것 뿐이라고. 덕임은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던 것이다. 산도 알았을 것이다. 덕임 역시 자신을 사랑했노라고.
과거인지 꿈인지, 죽음인지 모를 그 순간 속에서 덕임은 산에게 “돌아가라”고 몇 번이나 이야기한다. 하지만 산은 덕임의 곁에 남기를 택한다. 산은 죽어서야 온전히 덕임의 것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덕임은 항상 생각했다.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없다면 차라리 가지지 않는 것이 낫다고. 내 모든 것을 준다면 나 역시 상대의 모든 것을 갖기를 원할 것이라고. 하지만 산은 한 나라의 임금이다. 온전히 덕임의 사내가 될 수 없다. 그것이야말로 덕임이 산의 마음을 계속해서 거절한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친구 경희는 산에게 말한다. 덕임이 산에게 사랑한다 하지 않은 것은 그녀가 부릴 수 있는 허세이자 마지막 자존심이었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