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의 밤, 나를 껴안는 시간

육지장사 템플스테이

by 소요일기


푸르를 때 오면 더 좋을 것 같은 육지장사

대망의 템플스테이 D-day.

생각보다 길은 험했고, 공기는 한껏 차가웠다. 산길을 따라 도착한 절에서 방을 배정받고 절복을 건네받았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템플스테이의 기본 규칙과 절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이어졌다.


‘운구체험’은 배 위에 따뜻하게 데운 게르마늄 주머니를 올려놓고 조용히 복식호흡을 하는 시간이었다. 체온을 1도 올리는 데 40분 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호흡을 하다가, 잠깐 잠이 들기도 하면서 몸과 마음이 조금씩 느슨해졌다.


점심 공양은 정갈하고 따뜻했다. 식사 전 마신 흑차도 은은하게 좋았고, 흰쌀밥에 나물, 석박지까지 속이 편안해지는 맛이었다. ‘아귀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 남김없이 싹싹 긁어먹고 설거지도 직접 했다.

점심 공양과 햇살을 즐기는 고양이

잠깐 산책을 하고 방에서 쉬다 보니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108배 시간. 법당으로 들어서니 묘한 긴장감과 설렘이 교차했다.


스님의 목탁 소리에 맞춰 한 번 두드리면 합장, 여러 번 두드리면 반배. 처음 접하는 의식이라 옆 사람을 두리번거리며 따라 했고, 어쩐지 조금 서툰 몸짓이었지만 진심만은 담겨 있었다.


절을 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기도 하나씩. 한 70번쯤 지나자 무릎이 얼얼해졌고 호흡도 조금씩 거칠어졌지만 그럼에도 묵묵히 이어갔다. 기도의 내용은 다 기억나지 않지만 ‘행복은 내 안에 있다’는 메시지만큼은 선명하게 남았다.


절이 모두 끝난 후 스님은 말씀하셨다. ”이제, 나를 꼭 안아주세요. 쓰다듬어주세요. 그리고 말해주세요. 잘했어, 기특해, 사랑해.” 따라 말해보았다. 살짝 부끄러웠지만 정말 그렇게 해보았다. 생각보다 따뜻했고, 뭉클했다.

별이 쏟아지는 육지장사의 밤

법당 문을 나서자 바깥은 이미 어둠으로 가득했고, 밤하늘엔 별이 총총 떠 있었다. 그 아래서 차 한 잔을 더 마시면서 고요한 밤을 천천히 누렸다.


잠들기 전 마음속으로 조용히 되뇌었다. 오늘도 잘했고, 내일도 잘할 수 있을 거야.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