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후기
방학 중에 큰 아이가 호주 여행을 떠났다. 방학 중 무료한 시간을 보낼 언니 바라기 둘째와 딸 바라기 나의 외로움을 채우고자 가입했던 넷플릭스를 아직 해지하지 못하고 보고 있다.
점점 본전 생각이 나서 하나라도 더 봐야 할 것 같은 찰나에 우연히 영화 추천을 받았다.
그러나 호불호가 분명했다. 한 사람은 재미있게 봤다고 했고, 한 사람은 영화가 끝났는데도 '뭐지?'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호기심이 발동해서 나도 퍼펙트 데이즈를 봤다.
한 남자의 매일매일을 보여주는 영화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세수와 면도를 하고 똑같은 루틴으로 회사로 출근을 한다.
운전을 하면서 카세트 테이프로 노래를 듣는다. 그 노래가 영화 삽입곡인듯하다. 노래마다 참 좋다. 도쿄를 달리는 배경으로 노래가 나오니 전에 도쿄에 갔을 때 생각도 나고 화면에 나오는 도쿄타워도 반가웠다.
주인공이 입고 있는 옷의 의미는 등 뒤에 크게 쓰여 있다.
Tokyo Toilet
주인공 남자는 필름 카메라도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을 찍는다.영화는 대사도 별로 없다. 남자의 미소와 살짝 끄덕이는 인사로 모든 게 다 해결이 된다.
사람이 혼자 살면 저렇게도 말은 안 하고도 살수 있구나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남자는 도쿄 화장실을 청소하며 살지만 영화를 보면 전에는 이런 삶을 살지 않았을 거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사람은 책을 즐겨 읽고, 사진을 찍고, 목욕탕을 매일 간다. 매일 가는 식당이 정해져 있다. 식당에 가면 알아서 음식을 챙겨줄 정도다. 주인공 남자는 퇴근 후에는 자전거로 동네를 돌고 밤이 되면 책을 읽다 잠이 든다. 혼자서도 하루가 꽉 차게 산다. 전혀 외로워 보이지 않고 오히려 나도 저 남자 같은 루틴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정말 이 영화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며 자극적인 장면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일본의 아날로그적인 장면들과 전통적인 일본 집에서 살고 있는 저 남자의 집을 보고 그저 힐링이 되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 반전이 있다. 스포가 될지 모르니 말은 안 하겠다. 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였고,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고, 여러 가지 결론을 내렸다.
처음에 영화 추천해 준 사람 중에 영화가 다 끝났는데도 화면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다고 했다. 왜 그런 반등이 나왔는지 알게 해준 장면이다.
잔잔한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한번쯤 봐도 좋을 듯 하다. 여운이 길게 남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