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처음이니까
딸이 오랜만에 운전을 하고 싶다면서 주말에 옆에 타 줄 수 있냐고 묻는다. 이 일은 별거 아니겠지만 나에게는 무지 감동적인 일이다. 딸과 엄마인 나는 긴 입시를 치르며 사이가 틀어졌다. 욕심 많은 엄마와 그것을 채워주려고 노력한 딸.
정확한 원인은 나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순간 딸은 나를 멀리 하기 시작했고, 나의 돌봄을 원하지 않았으며, 말을 섞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나 스스로 생각해도 욕심만 많았던 엄마이기에 반성모드로 숨죽여 지내고 있다. 사실 그 시간들이 너무도 힘들었고 하루에 몇 번씩 소리 없는 눈물을 가슴으로 흘렸다. 겉으로 티를 안내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던 시간들이다. 그러기에 딸이 나에게 주말에 차를 함께 타자는 제안이 너무도 반가웠다.
수능을 치르고 바로 운전면허를 따서 가까운 거리는 내가 연수를 해줬었다. 그런데 옆에 탄 내가 더 겁을 먹어서 아이에게 도움이 되질 않았다. 내가 아이를 태우고 운전만 하다가 옆좌석에 앉으니 바로 옆차가 내 옆에 너무 가까이 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엄마가 자꾸만 "어! 어! 어!"를 연발하니 아이가 불안해서 운전을 더 못하겠다고 했었다. 딸들에게 매일 사과하는 엄마로서 '이 또한 엄마가 겁쟁이라 미안해'
딸에게
엄마에게 운전연수를 요청해 줘서 엄마는 너무 좋았어. 마치 우리 딸과 차를 타고 드라이브라도 떠나는 기분이 들더라고 엄마가 또 오버하지?
이번에는 겁이나도 입을 꾹 다물기로 단단히 마음먹고 내 옆에 앉은 건데 다른 때보다 좀 나았는지 어땠는지 모르겠다. 이번에도 괜히 엄마가 호들갑 떨까 봐 미리 마음을 단단히 먹었지.
오랜만의 운전인데 여유롭게 잘하더라. 역시 우리 딸은 엄마를 안 닮아서 차분하고 당차.
엄마와 거리를 두고 싶다는 사인을 받은 후부터 너에게 말 걸기도 무섭고 다가가기도 어려웠는데 먼저 엄마에게 이런 제안을 해줘서 고마워.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엄마가 다가가면 일정 거리를 두던 너였는데.
요즘 화제의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를 보면서 대학생 금명이 가 엄마 아빠에게 투덜거리는 장면을 보면서 꼭 우리 딸 같다는 생각을 했어. 우리 딸도 엄마가 싫어서라기보다 나름의 깊은 생각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게도 되었어.
[폭삭 속았수다] 대사에서 엄마 가슴에 콕 박힌 대사가 있어 금명이 엄마가 말하지.
처음부터 뚝 떨어진 엄마가 어딨냐?
엄마도 처음 해보는 엄마라 많이 미흡했다. 그래서 너를 많이 힘들게 했다는 것도 이제는 알 것 같아. 너무 늦었지? 지난 시간 될 돌릴 수도 없고, 이해해 달라기도 염치가 없어. 그냥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언젠가 네가 엄마 브런치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지금 너에게는 말을 안 하고 있지만 이렇게 라도 너에게 미안했던 마음을 남겨놔야 할 거 같아. 엄마가 나이에 맞지 않게 매일 밝고 명랑해서 아무 생각 없는 것 같지만 이렇게 너를 위한 반성문을 쓰고 있었다고 나중에 나중에라도 알아줬으면 좋겠다. 00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