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브런치
오랜만에 돌아온 브런치, 마지막으로 쓴 글을 보니 12월 10일이다. 지금은 햇살이 조금씩 따뜻해지며 봄을 향해 가고 있는 2월 20일. 두 달여 만에 이곳으로 돌아왔다.
매일 일기를 쓰듯 나를 기록했던 브런치였는데, 한동안 손을 놓고 있었더니 어디서부터 풀어놓아야 할지 막막하다. 그래도 일단 써보기로 했다. 쌓인 이야기들이 너무 많으니까.
브런치도 한가해야 쓸 수 있다는 걸 지난 시간 동안 새삼 느꼈다. 블로그 쓰고, 브런치 쓰고, 책 읽던 그 시절이 얼마나 평화롭고 여유로운 날들이었는지, 잃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먼저 크리스마스 전에 우리 둘째 아이의 12회 상담이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아이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긴 터널을 함께 지나온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아이는 그 사이 밴드 연습을 열심히 하더니, 졸업 축제에서 밴드 친구들과 함께 정말 멋진 공연을 해냈다. 어찌나 기특하던지. 졸업식 날에는 학교 오케스트라팀으로 졸업 연주까지 했다. 중학교 3학년, 정말 버라이어티한 한 해였지만 마무리만큼은 뿌듯하고 또 기특했다. 잘 버텨준 아이에게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엄마인 나에게도 새로운 일이 생겼다. 그동안 틈틈이 배워온 AI 지식을 발휘할 기회였다. 지역에서 초보 강사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돌았고, 주변에서 지원해 보라는 권유가 잇따랐다. 한 친구는 공고를 카톡으로 직접 전달하며 한번 해보라고 했다. 메시지를 받으면서도 '내가 무슨 강사를?'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이 왔다. AI 관련 수업을 함께 들어왔고, 인생플러스 센터에서 시니어 AI 디지털 봉사도 함께했던 동생이 "같이 해보자"는 말을 건넸을 때였다. 혼자였다면 엄두도 못 냈을 텐데, 그 동생과 함께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동생 덕분에 결국 강사 지원서를 제출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12월은 그렇게 흘러갔다. 각종 연말 모임까지 겹쳐 하루하루가 숨 돌릴 틈도 없이 지나갔다.
그런 와중에 강사 지원 1차 합격 연락이 왔고, 면접 날짜가 통보되었다. 이때부터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안 되겠지, 하고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막상 합격이라니. 면접이라는 걸 본다는 현실이 갑자기 실감 나면서 온몸이 긴장되었다.
면접 날은 우리 둘째 아이의 졸업식 날이었다. 1월 8일.
아이의 졸업식이 다가옴과 동시에 나의 면접날도 다가왔다. 함께 지원한 동생과 나는 매일 만나 면접에서 사용할 PPT를 만들고, 틈틈이 면접 연습을 했다. 머릿속이 온통 면접 생각으로 가득 찬 날들이었다.
아이의 꽃다발 예약도 까맣게 잊고 있다가 임박해서야 겨우 했다. 그만큼 정신이 없었다.
졸업식 날 아이에게 입힌 옷이 그대로 나의 면접 복장이었다. 따로 준비할 여유도 없었지만, 어쩐지 그게 더 의미 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졸업식을 잘 마치고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고 나니, 비로소 다시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곧장 면접장으로 향했다.
동생과 나는 대기하는 내내 연습한 내용을 중얼중얼 되뇌며 순서를 기다렸다. 막상 시작하니 너무 떨린 나머지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래도 연습을 안 했더라면 더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습만이 살길이었다.
면접을 마치고 나온 우리는 둘 다 기운이 쭉 빠져 있었다. 그렇게 밤에 커피를 마시며 서로를 다독였다. 잘했다고, 수고했다고. 그 말 한마디가 그날 밤엔 참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