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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주인공이다.

50에 일기를 써보자

by 글로다시

고등학교 원서를 썻다. 둘째아이가 고등학생이 된다. 6년 터울의 둘째는 마냥 애기인 줄만 알았는데 어느새 고등학생이 된단다.


얼마전 공부를 너무 과하게 해서 공황장애 까지는 아니어도 공황증세를 호소해서 한바탕 난리가 난적이 있었다. 응급실을 비롯해 대학병원, 동네병원, 한의원, 정신과 까지... 그 땐 정말 힘들고 무서웠는데 이젠 이렇게 회상하는 단계가 왔다.


현재 아이 상태는 많이 나아졌고 시에서 하는 청소년 상담센터를 다니고 있다. 매주 가는 상담센터 상담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정말 2025년 다사다난했구나. 나의 일정도 다사다난 했지만 이런 무시무시한 일도 있었고 이렇게 잘 마무리 되니 감사한 일이다.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아이는 부모가 쉽게 키우면 쉽게 자라고, 부모가 어렵게 키우면 어렵게 자란다.


우리 둘째는 나에게 늘 애기 였다. 첫 아이와 6년 터울이 지는 둘째에게는 뭐든 '잘한다 잘한다, 늦어도 괜찮아, 너무 애쓰지마'라는 마인드로 키웠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둘째아이는 스스로 잘한다. 이렇게 둘째를 느슨하게 키우게 된건 아마도 나의 시선은 첫째 아이에게 향해 있었기 때문일것이다.


위의 문장이 떠오르는 우리 두딸이다.


첫 아이는 무조건 좋은곳, 좋은옷, 좋은친구, 좋은환경을 세팅 해주려고 애를 썼다. 그런것들이 내 맘대로 되지 않으면 내자신에게도 아이에게도 화를 냈다. 물론 남편에게도 화를 냈다.

첫 아이가 초등에 입학했을때 둘째는 갓난아이였기에 둘째는 먹이고재울뿐 모든걸 첫째에게 쏟아부었었다. 그런 첫째는 나름 엄마의 압박 스트레스를 받았을테고 입시로 갈수록 모든게 어긋나기 시작했었다. 성적도, 엄마인 나와의 관계도...

그렇게 아이가 힘들어 하는 것을 보고 내가 정신을 차렸을때 우리 둘째는 어느새 중학생이 되어 있었다.


엄마가 언니의 학원 라이딩을 갈때면 차 뒷자석에 실려 다니던 꼬마였다. 언니의 학원 상담을 가면 사탕을 빨며 언니와 엄마의 상담을 기다리던 아이였다. 그런 꼬맹이가 어느새 훌쩍 커서 중학생이 되어있었다.


오늘 고등학교 입학 원서가 마무리 되었다. 아이가 공황증세가 나타나면서 나는 모든학원을 중단시켰다.


큰 아이를 키워본 경험으로 보면 앞으로 고등학생이 되려면 그래도 선행을 조금 하고 가야 한다는 걸 안다. 하지만 공부를 하라고 하기엔 또 숨이 안쉬어 지는 증상이 나타날까 겁이나서 말을 아끼고 있었다.


아이 증상이 나아지니 나는 슬슬 "책이라도 읽어야 하는거 아니니?"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고등 가려면 조금 이라도 선행을 해야해'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언니 말에 의하면 선행을 하고 갔음에도 중등과정과 고등과정은 천지 차이라던데, 가뜩이나 선행을 안하고 키운 아이가 고등과정을 맞딱드리면 아예 포기할까 걱정이 되기도했다. 그래도 나는 말을 아꼈다.

첫 아이를 힘들게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나름 묵언수행을 하고있었다.


그러던 중 둘째가 말을 했다. "1월 부터 학원을 다녀야겠어. 아프기 전에 다니던 영어학원과 지나번에 말했던 연기학원을."


공황증세를 겪고 난 후에는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학교에 다녀오면 픽 쓰러져 잠을 잔다. 학원을 안 다녔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난 그렇게 라도 체력을 보충하라고 자게 두었다.


그런데 당장 1월 부터 두 학원을 병행한다니 걱정이 된다. 영어 학원은 동네라 괜찮은데 연기학원은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한시간 가량 가야한다. 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려면 또 한시간 가량을 와야 하는데 체력이 받쳐 줄지 걱정이다.


그리고 내 마음의 소리에서는 '고등공부도 해야하는데 연기학원을 진짜 다녀야겠니?'하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너 하고 싶은면 하라고 말해 놓은 것도 있고 해서 다니라고 했다.





요즘 나는 내 인생이 소설 같다. 결혼전의 내인생도 만만치 않은 소설이었다. 20대 친구들이 책을 쓰라고 할정도로, 하지만 나는 결혼 후 인생이 더 소설 같다. 이렇게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온 내 인생이 어느 소설의 한 대목 같다.


과연 내 인생의 소설은 어떻게 마무리 지어질지 궁금하다. 이 소설속 주인공들인 나와 남편 그리고 우리 두 딸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마무리 지어질지 참말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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