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에 일기를 써보자
내가 구독하는 곳에서 메일이 왔다. 주제가 '혼자'였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이 질문이었다.
진정 혼자 있는 시간을 맞이 한건 최근인 것 같다.
예전의 나는 틈만 나면 혼자 있기보다는 주변의 엄마들과 지인들과 함께 하며 시간을 보냈다.
최근에는 정말 '아 나 혼자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 많다.
큰아이는 스물두 살이고 둘째는 중학교 3학년이다 보니 아이들이 각자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제는 가족들이 모두 나가고 없는 시간에 집안 살림과 육아에 관한 일을 마치고 나서도 시간이 남는다.
아이들 커 갈수록 주변엄마들과의 만남의 시간도 줄었다.
지난 시간의 나는 남는 시간에는 꼭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것도 생산적인 일이 아닌 소비하는 일을 해 왔었다. 사람들을 만나 먹고 수다 떨고 쇼핑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왔다. (현재는 지난 이 시간들이 아깝게 느껴진다 먹고 놀다 보니 오십이 되었다.ㅜ)
아이들이 어릴 땐 '아 나 좀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도 종종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 심심하다. 뭘 하지?'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다행인 건 코로나 시국에 책 읽기 습관을 들인 것이다. 매일매일 책을 읽어오다 보니 책 읽기가 습관이 되어 혼자만의 시간엔 도서관을 간다거나 카페를 간다.
나를 위한 커피를 시키고 혼자 앉아서 책을 읽는 시간을 즐기게 되었다.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서 도서관으로 가는 코스도 좋다.
평일 낮에 도서관에 어른들이 참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저 사람들은 뭘 저리 열심히 공부를 할까?' 호시기심도 생기고 자극도 된다.
저들과 함께 나도 하루를 알차게 사는 사람 같아 뿌듯하다.
하지만 어쩔 땐 커피숍에서 아는 사람을 만날까 신경이 쓰일 때가 종종 있다.
'저 여자는 왜 맨날 혼자 저러고 있을까?'라는 말을 할까 봐...
할 일 없어 보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험기간에 도서관이나 커피숍에는 학생들이 많다. 그럴 땐 아줌마가 자리차지 하고 있는 거 같아 슬그머니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요즘은 좀 외롭다. 주말에도 평일에도 혼자 책 읽는 시간이 많다 보니 좀 외롭다.
가족들도 이제는 엄마는 책 읽는 사람이다라고 치부하고 더 각자 생활을 하게 되는 건 아닌지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책 읽는 멋진 엄마에서 지금은 나 스스로가 외로워서 방황하는 아줌마가 된 거 같다.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 건가? 연말이라 그런가?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어느 주말은 혼자 한강을 갔다. 바람이나 쐬고 오자며 호기롭게 나섰는데 한강엔 혼자인 사람은 나밖에 없는 거 같았다. 모두 가족단위 또는 연인들 친구들이었다. 우리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의 가족을 보며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은 주말아침엔 일어나지도 않으며, 부모를 따라다니지도 않으려고 한다. 친구들이 부르면 그때 부지런히 씻고 나간다.
나도 그 시절엔 친구들이 가장 좋았던 시절이라 뭐라 할 수는 없다.
그래도 성장한 아이들이랑 부모가 함께 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물론 어릴 적에는 여기저기 많이도 데리고 다녔다.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의 기호가 생기면서부터는 엄마 아빠기 일방적으로 가자고 하는 곳은 안 가려고 했다. 또 학습적으로도 시달리는 시기였기도 했다. 주말에도 학원을 가야 하는 한국의 교육여건상 점점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줄더니 이젠 아이들이 훅 자라 버렸다.
요즘 혼커피 혼밥 혼여행 등등이 유행하는 시대다. 나도 이런 시대이다 보니 혼자 커피숍에도 가고 혼자 한강변도 가고 한다. 그러나 아직 혼밥이나 혼여행은 자신이 없다.
어릴 적엔 남편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국내 여행 해외여행을 다녔다.
아이들이 크면 더 많이 함께 할 줄 알았는데 나는 혼자가 되었다. 연극이나 뮤지컬도 아이들이랑 함께 보러 다녔는데 아이들이 함께 해주지 않으니 정말 혼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딸이 둘이면 외롭지 않은 줄 알았는데 딸이 둘인데 나는 세상 혼자다.
최근에 아들이 둘이라 혼자 사는 연습 중이시라는 65세 어른을 만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속으로 말했다.
'딸 이 둘인 저도 혼자 사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라고.
살림과 육아에 무관심했던 남편과는 아이들 성인이 되면 이혼하겠다고 다짐하고 이제껏 살았다. 지금은 내가 의도적으로 남편과의 대화를 줄였다. 그랬더니 한결 편하다. 대화를 하면 싸우기 마련이었는데 기대도 없고 대화도 안 하니 그럭저럭 살만하다. 이러다 이혼도 못하고 늙어 죽을 때까지 살게 되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혼자 뭐 하며 지내냐고 물은 질문에 신세 한탄이 되어 버렸다. 뭐 어때 어차피 이건 나의 일기인 것을...
브런치는 읽어주는 사람도 없고, 댓글 다는 사람도 없다. 블로그는 가끔 위로의 댓글도 달아주는데 브런치는 댓글을 달면 안 되는 곳인 듯 라이킷만 하고 간다.
아직 브런치의 세계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글을 남기기에는 편한 곳이다.
그럼 오늘도 책을 들고 커피숍으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