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의 화해를 마치며

by 대나무 숲

난 내가 엄마에게 못한 게 없는 줄 알았다

다정하거나, 애교는 없었어도 내 도리라고 생각되는 것은 해드렸기에

그래봐야, 생신, 어버이날, 추석, 설 명절 챙긴 걸로 내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했다.

늘 목에 가시처럼 대학에 대한 상처가 나를 붙잡고 있었기에

엄마를 오랜만에 기억, 추억하며 돌아보니 이제야 깨달아지는 것이 많았다

내 상처에만 매몰되어 미처 부모님께 못 한 것들 투성이다

내가 그 옛날의 부모님의 나이가 되고 , 내 자식들이 장성하여

내게 아프게도, 흐뭇하게도 함을 느끼며 이 세상 이치는

양지가 음지 되고,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음을 깨닫는다.


추석 긴 연휴에 딱히 할 일이 없다

다섯 식구 밥상쯤이야 우스갯소리로 왼발로 할 수 있다고 친구에게 말하니

그러게 , 언제 우리가 이런 일이 쉬운 나이가 됐는지 하며 같이 씁쓸해한다

아버지, 엄마가 살아계실 때 이런 걸 깨달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갓 지어 따끈한 밥에, 간이 삼삼하게 양념한 갈비찜에, 녹두 전, 쇠고기 애호박 전

살짝 매콤한 나박김치, 잣을 갈아 넣은 겨자채, 양념게장까지

웬만한 한정식 밥상 못지않게 차려 드릴 수 있는데...

얼마 전, 주중에 휴무를 맞은 딸이 오랜만에 가자고 해서 함께 간 제주에서

모녀 3대가 다정히 , 여행하는 걸 보고 있자니 딸이 내게 말한다

엄마 우리도 할머니 모시고 제주 한 번 올걸

왜 그 생각을 못했지 한다

그러니까 있을 때 잘해하며, 딸에게 내 씁쓸한 마음을 감추며 말했다

나는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뻔질나게 다니며 엄마에겐 단 한 번도 같이

가시겠냐고 여쭤본 적이 없으니....

중국 오나라 때의 육적이 어머니를 생각하며 귤을 숨긴 회귤( 懷橘) 고사가 떠오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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