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전상서 (4)
결심을 하고 나니 내 마음은 의외로 평온했다
남편은 내 마음을 모르고, 생일상에서의 사건도 모르니 평온했다
우린 그렇게 벚꽃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4월을 무심히 보냈다
5월 초의 어느 날
퇴근한 남편이 넥타이를 풀며 말했다
화곡동 언제 갈래? 당신이 날짜는 정해한다
넥타이와 양복 상의를 받아 걸며 나는 아주 무심히 말했다
나는 이제 다시는 화곡동은 안 가
남편이 셔츠를 벗다 말고 뭔 소리야? 하며 고개를 돌렸다
내가 다시는 안 가, 안 간다고
남편은 왜 그러는데? 뭐가 불만이야?
남편은 흥분하지도 않고 폭탄을 터트리는 나를 낯설게 쳐다보았다
아버님 생신에 내가 다 준비해 간 생신상에서 고기 한 점 집어 먹다 딸과 손 아래 동서 앞에서
막내보다 고기 먼저 먹지 말라는 당신 엄마 이젠 끝이야
30년 찍소리 없이 다 했어. 당신 동생들 지 마누라는 귀하고 나 는 맏며느리라
음식 해가는 거 당연히 여기고
당신 부모 날 어떻게 대했어?
우리 아버지가 내 목에 고삐 걸어 당신 부모 손에 주고 돈 받아 가셨어?
내가 당신네 집 몸종이야, 왜 나만 해? 다른 며느리들 다 돈으로 때우는데 왜! 왜! 왜!
이 세상에 당연한 건 없어. 맏이라고 나 10원 한 장 받은 거 없어
장마가 들어 도랑에 물이 쏟아져 내리 듯 나는 토해냈다
남편은 어안이 벙벙해하며 옷을 갈아입고 핸드폰을 들고나갔다
통화를 마치고 들어 온 남편은 깊게 숨을 내쉰 후 말했다
엄마는 그렇게 말한 적 없단다
뭔 소리냐며 펄쩍 뛰셨단다
그래, 난 아직 멀었다
일부이긴 해도 시어머니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까진 아니어도
그런 걸로 트집 잡는다라고 할 줄 안 내가 너무 순진했다.
이런 시어머니와 겨루기엔 나는 아직 애송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