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에...
당시 우리 집과 시댁은 버스로 10분 거리에 있었다
집으로 간 남편이 시어머니께 어떻게 했는지는 자세히는 모른다
남편은 아마도 결혼이 깨지면 죽는다고 했던 걸로 들었다
호떡집에 불난 듯 전화가 오고, 시아버지의 극대노가 시어머니께 퍼부어진 듯했다
아마 시어머니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었던 듯하다
둘째 며느리 앞에서 큰며느리 흠집 내며, 새로 들어 올 며느리들 기강을 잡고 싶은 듯했고
거기에 녹록지 않아 보이는 나이 많은 사돈까지 한 번에 뭔가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당시 시어머니는 50세, 엄마는 58세였다
맏언니 뻘인 엄마가 , 시어머니 눈에는 별 볼일 없는 혼수를 해오면서 뭔가 고분고분하게
느껴지지 않았나 보다
그런데 그 사태는 그렇게 시어머니 뜻대로 되진 않았다
지금도 결혼식 1주일 앞두고 파혼이 쉽지 않은데 하물며 40여 년 전에는...
친정 엄마도 만만치는 않으셨다.
불과 몇 년 전 까지도 아버지의 공장이 잘 돌아갔기에, 명색이 사장님 부인이었다
비단 두루마기에 여우 목도리를 두르고, 학교 기성회장과 계를 서너 개씩 하던
그 동네에선 나름 큰손이었다
내 결혼 당시는 아버지의 보증과 잘못된 투자로 예전보다 쪼그라든 형편이었지만
시어머니의 그런 거친 공격에 기죽을 엄마는 아니었다
엄마는 거실 천장까지 닿도록 쌓여있는 이불을 보며 저게 문제다
이 말 한마디만 하시고는 너 이 결혼 깨고 미국 언니네 가서 있어라 하셨다
당시 언니는 미국 유학생이던 형부와 결혼을 해서 백일 된 딸이 하나 있는 상태였다
언니네 가서 언니도 좀 도와주고 영어 공부도 하고 그렇게 해라
그랬다면 어땠을까??????
내가 만약에.............
시어머니의 애매한 사과로 일단락이 되고 결혼은 준비된 순서로 진행되었다
본인이 만든 사태에 코가 납작해진 시어머니가 가만히 있을 사람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