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면 뜨개질!

엄마의 반짇고리

by 대나무 숲

엄마는 언니랑 내가 손으로 무언가를 하는 걸 좋아하지 않으셨다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엔 가정 시간에 수를 놓거나 코바늘, 혹은 대바늘을 잡고

어설프게 라도 뭔가를 만들어 냈다 (주로 목도리. 벙어리장갑)

레이지데이지 스티치, 체인 스티치, 새발 뜨기...

프랑스자수의 기초를 배우며 수를 놓았던 것 같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언니는 가정 시간이 있는 날에는 책상 옆에 세워 둔 수틀을 들고 갔다

다음 시간까지 해가려고 수틀을 잡고 있으면 엄마는 아유 그런 거 뭐 하려 해 하지 마하셨다

중학교에 다니던 내 자수는 엄마가 몽땅 해치웠다

여자가 손끝 야물면 고생만 하지 뭐 하시며 집안일이나, 손으로 하는 모든 걸 막으셨다

그 당시의 우리 부모님 의 딸 교육관은 이랬다

여고를 나와서 , 대학은 인문계 학과를 나와 선생?을 하면 좋겠다는 교육관이셨다

손으로 하는 거 잘해서 그걸로 혹시 고생하며 벌어먹고 살 까봐 아무것도 못하게 하시고

안 시키셨다

내가 결혼하던 당시는 여자는 결혼하면 다니던 직장을 대부분 그만두었다

신기한 것은 은행, 병원, 학교에 여교사. 간호사, 여행원이 있던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아무튼 엄마는 보기만 하라고 하셨다

김장을 담가도 오빠가 무를 씻거나, 채칼로 채를 쳤다

이불 홑청을 뜯어서 삶고, 풀 먹여 다듬이질하는 과정을 혼자서 다 해내시며 반짇고리애서

실을 꺼내 실이나 꿰라고 하셨다

반짇고리엔 웬만한 색깔의 실이 가득했고 조각 헝겊, 가위, 줄 자 이런 게 들어 있었다

결혼하고 내 이불 홑청을 빨아 다시 꿰매는데 옆에서만 보던 내 실력이 시어머니 보다 나았다

속싸개로 싼 솜이불을 반으로 접어 이불 홑청과 맞닿게 접어 가운데부터 듬성듬성 떠 주고

사각의 가장자리를 맞춰 일정한 간격으로 꿰매는 일련의 순서에서

눈으로만 봤던 내 솜씨가 직접 꿰매기에 투입 됐음에도 시어머니 보다 밀리지 않았다

너는 해 본 적 없다더니 잘하는구먼 (그것도 맘에 안 들어하셨다)


딸아이 중1 여름방학 숙제가 앞치마에 초록색 실로 교표를 수놓는 간단한 숙제가 있었다

체인 스티치였나? 아무튼 예전의 엄마처럼 나도 손 빠르게 숙제를 해 놨다

그러고 나니 손이 근질거렸다

동네에 마침 십자수 가게가 있었다

친구랑 둘이 가서 도안과 실을 사고 원단에 수를 놓기 시작했다

그 재미에 빠져 8년을 넘게 놓았다

덕분에 목 디스크를 얻었지만 수를 놓는 재미는 새록새록 재밌었다

나중에는 실 색깔만 130가지가 넘는 대작을 놓아서 언니에게 선물했다

미국엘 한 번 오라고 네 식구를 초대해서 미국 가면서 집들이 선물 개념으로

공을 들여 만들어 선물한 `숲 속의 이 층집'

골프장 안의 타운 하우스에 사는 언니네 집과 어울렸다

십자수 유행이 지나자 동네 가게가 문을 닫으며 나도 손을 놓았다

그렇지만 그 DNA가 어디 가겠나

나도 아이들이 대학을 가고, 아들이 군대를 가고,

딸아이가 교환 학생으로 중국엘 가면서 살림이 훨씬 수월해졌다

손이 심심해졌는데, 지나가다 마침 발견 한 상가 1층의 뜨개질 방

그 당시 리본 실에 플라스틱 구슬을 꿰어 뜨는 가방이 유행했다

친정엄마, 시어머니 몫으로 두 개를 뚝딱 떠서 가방 손잡이를 달기 위해 가져가니

가게 주인이 여태 본 것 중 제일 잘 떴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ㅎㅎ

엄마가 뭐라 하실까 궁금했다

같이 재료를 산 친구는 열흘이 지나도 제대로 뜨지를 못하고 헤매고 있었다

결국 내가 가져와 사흘 만에 건네주었다

그다음엔 그라니 스퀘어라 이름 붙은 사각의 뜨개를 떠서 붙이는 뜨개질에 꽂혔다

실을 사면 도안을 주었다

조그맣게 떠서 무릎 담요로 쓰면 좋길래 여기저기 선물도 하며 보냈다

나중에 아들이 엄마의 취미는 고액이 들어가는 취미라고 웃으며 말했다

아니라고 반박은 못했다

실값이 제법 들었기에

그 취미가 코로나가 터지자 나를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