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편의점에서의 식사
주부 경력 40년이 넘는 나는 1년의 거의 대부분을 저녁밥을 짓는다.
여러 배달앱이 있어도 나랑은 별 상관이 없다
운동 삼아 슬슬 걸어 동네 마트를 간다
(아직도 쿠*, 배*, 마켓** 이런 앱이 없는 나를 지인들은 조선 후기 시대에서 온 것 같다고 놀라워한다)
유통 기간이 짧아 30% 세일 딱지 붙은 것, 1 +1, 단독세일, 이런 걸 사 오는 쏠쏠한
나름의 재미를 느끼며 식재료를 골라 집으로 온다.
라디오를 켜고 남자 DJ 둘의 티키타카를 들으며 쌀을 씻고. 쌀뜨물로 국이나 찌개의 육수를 내고
고기나, 생선을 다뤄 식구들의 한 끼를 준비한다
셋이나 넷이 앉아 밥상을 대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또 하루를 마무리한다
(요즘은 셋이 되었다)
내게 배고픔이나 한 끼의 식사는 대개 이 경우를 거친다
남편과 둘이 먹는 아, 점은 이보단 간단 하지만 가끔 밖에서의 식사도
특별히 집보단 나은 식사가 아닐 바에야 집으로 와서 간단히 라면을 끓여 먹을 때도 있었다
어쩌다 , 처음 해 보는 편의점에서의 한 끼는 생경하고 , 어설펐다.
15시 30분에 시작된 딸아이의 수술은 병실 밖에 어둠이 찾아와도 끝나질 않았다
먹은 거라곤 병원 오기 전 식빵 한 조각과 커피 한 잔 그리곤 생수 한 병
수술 마치고 마무리 중이라며 담당교수가 찾아와 간단히 브리핑을 하고 떠나자 , 허기가 느껴졌다.
뒤처리 후 회복실로 옮겨진 딸이 오려면 1시간 도 더 걸릴 듯해서 뭐라도 먹어 허기를 채우려고
병원 지하에 가니 패스트푸드점, 유명 빵집, 편의점, 커피숍 다양한 먹거리가 있건만
고심 끝에 고른 건 김밥코너의 김밥 한 줄
그걸론 부족할 듯싶어 국물이 될 만한 것을 찾으니 별세상이다
편의점의 먹거리 코너는 또 다른 세상이다
컵에 담아 포장된 들깨 수제비라니
나도 모르게 어머, 어머 하며 컵라면 코너에서 고른 건 익히 아는 회사의 가락국수이다
이런 것도 컵에 담겨 나오니 신통방통
계산대에서 계산하며 조심스레 한 마디
여기서 먹고 가도 돼요?
아, 네 뜨거운 물 저기 있으니 받아서 드세요 한다
뚜껑을 열어 조심스레 물을 붓고 , 건너편 가게에서 사 온 김밥과 자리를 잡고 앉아 사용법을
다시 보니 물을 붓고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란다
아 ~~~
조심조심 전자레인지로 가 컵을 넣고 1분 30초로 적혀 있는 대로 돌렸다
창가에 앉으니 유리창 너머 지나가는 사람과 편의점 안 간이 식탁에 앉아 김밥과 가락국수를 먹는
내 모습이 교차되어 보였다.
내게 편의점은 지나던 길에 목마름을 해소키 위해 물이나 혹은 껌 정도를 사는 장소 일 뿐인데
한 끼 식사라니....
배는 고팠지만 김밥은 조금 차가웠고 가락국수는 설겅거렸다
겨우 시장을 반찬 삼아 반 정도 먹고 나니 흐 음 하며 숨이 새어 나왔다
TV에서나 보던 편의점에서의 한 끼 식사, 혹은 캔맥주를 마시던 배우의 모습
그런 모습은 그냥 TV의 모습일 뿐 나에겐 생소하고 어설펐다.
거의 매일 밥과 국, 혹은 찌개가 올라오고 고기나 생선이 오르던 식탁이 아닌 편의점 한 귀퉁이 에서의
한 끼 식사는 말 그대로 배고픔의 해결이었다.
배고픔의 해결이 이렇게 다양할 수도 있다고 느끼며, 저녁을 꼬박꼬박 차리는 나를 친구들은 가끔은
빼먹으라며 딱해하는 염려가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 직접 차려 나누며 먹는 한 끼가 주는
위안이 새삼스레 크게 다가왔다
그러면서 이보다 더 못한 식사를 하는 , 그늘진 곳에서 생활하는 분들도 있겠구나 생각하며
아직 까지 내 손으로 차리고, 나누며 먹는 한 그릇 밥에 감사를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