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에게

한국을 떠나는 어리고도 , 어린 너에게

by 대나무 숲

이수야

잘 갔니?

잘 도착했겠지?

비행시간이 어른들도 버티기 힘든 열 시간이 넘는 긴 시간인데 잘 버텼는지 궁금하구나

어떤 말도 할 수 없지만 맨 먼저 미안하고 미안하다는 말 외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구나.

나는 너를 본 적은 없단다 공항에서 너의 출국을 도와준 직원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가 전부다.

24년 3월의 어느 날, 아마도 봄이 시작되는, 긴 겨울을 보내고 햇살이 눈부신 봄에 태어났더구나

그리고 사계절을 보내며 , 돌을 맞고, 아랫니가 뾰족이 솟아나고 잇몸이 근질거려 아마도 젖병 꼭지를

물어뜯으며 너는 이 땅에서 6개월을 더 자라났지

너를 낳아 준 부모가 너를 키우지 못할 형편이었어도, 복지 시설에서 자라더라도 어린 네가 뿌리 채 뽑혀

멀고 먼 이국 땅으로 이민 서류를 들고 입양을 가는 상황은 너무 가혹한 현실은 아니었는지

( 아직도 저출산국인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 해외입양이 이뤄진다는 사실이 놀랍고 충격이었다)

( 더 놀라운 것은 해외 입양이 그나마 어린 너희들 삶에 플러스가 된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시각이다

영어를 배우고 자라면 다행인건가? 유럽에서의 삶이 이 땅 보육시설이나 위탁부모보다 나은 곳인가?)


네가 이 땅을 떠나던 그날은 나와 네 조국 대한민국이 광복 80주년이 되는 감격스러운 날이었다.

전 날부터의 공연과 당일 저녁엔 광화문 광장에 모여 불꽃놀이를 하고 여러 축하 행사가 이어졌더랬다.

너는 이른 아침 7시에 너를 데려가는 미국인 커플과 함께 수속을 밟기 위해 항공사 카운터에 왔다더구나

아침 7시 항공사 카운터에 오려면 너는 몇 시에 깨워졌을까?

유모차엔 반쯤 마시다 만 우유병이 꽂혀있고 너는 악을 쓰며 울지도 않고 낡은 유모차 속에서 칭얼거림에 가깝게 울더란다.(10kg 상자 두 개와 두꺼운 이민 서류가 담긴 봉투가 네 짐의 전부 였단다)

남자는 서류를 내밀고 자리와 티켓을 받는 동안, 네 유모차를 이리저리 밀던 여자는

dont`cry baby 만을 읊을 뿐 어느 누구도 유모차 안의 울고 있는 너를 안아서 등을 토닥여 주거나 기저귀를 봐주거나 우유병조차 물리지 않고 그저 돈 크라이 베이비만 읊조릴 뿐이더란다.

아마도 너는 코코낸내, 까까, 맘마, 어부바 등의 유아기 시절의 정겹고 따스한 말을 듣지 못하고 자랄 테지

어쩌면 어제저녁까지 먹었던 푹 끓인 미역국에 만 밥, 김에 싸서 엄지손톱만큼 떼어 네 입에 넣어 주던 어린 날의 음식을 더 이상 맛보지 못한 채로 자라나겠지

이수야

그저 아프지 말고 건강하기를 기도하마

너를 무던하게 키워 줄 부모를 만나길 기도하마

너는 아마도 외모가 다른 이방인 속에서 무던히 애쓰며 커 나가겠지

한국을 미워하거나 너를 낳아 준 부모를 그리워하며 마음에 생채기를 내지 말고

그저 무탈히, 무던히 자라서 이 땅에 한 번쯤은 와 보길 바랄게

너를 키워주지 못한 이 땅에서 너를 위해 기도하는 여러 마음이 있음을 언젠간 네가 알았으면 해

잠이 든 네 눈가에 눈물이 맺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너를 향해 환히 웃어주는 누군가가 네게 있기를...

이수야

김 이수 건강하거라

몸도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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