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당장 퇴사하고 싶어(2)

대책 없는 퇴사라고? 퇴사가 대책이다.

by Hi Myeon

하기 싫었다. 아니 자신 없었다.

상부의 마이크로 매니징을 견딜 자신도, 그의 지시를 받고 목적 없이 일하는 팀장과 함께할 자신도 없었다.


"이 일을 어떤 목적으로 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시키니까 하는 거야"라는 답이 돌아올 때면 가슴이 꽉 막혔다.


적자 문제를 해결해 줄 구성원을 모았다고 한 프로젝트에는 우리 팀 팀장도 있었고 리드였다.

그는 상부의 지시라면 반대나 의견 한마디 내지 않고 모든 것을 수행하는 사람이었다. 논리와 목적은 부차적인 문제로 치고, '시키니까 한다'라는 기조로 모든 일을 처리해 버린다.


'왜', '어떤 목적으로', '기대하는 효과'를 정의하고 목표 달성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나로서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업무 방식이었다.

그리고 해당 프로젝트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업무를 지시하기 시작했다.


"이건 슈퍼바이저가 힘들다고 했으니 우리가 하자"

"매장에 사람 구하기가 힘드니까 우리가 나가자"


나에겐 모든 것이 의문이었다.

남들이 힘들어하는 업무를 내가 해야 하는 이유도 모르겠고, 목적도 없었다. 흑자 전환 프로젝트였는데 '전략'이라고는 상관없는 '몸으로 때우기' 식이었다.

이에 대한 불만과 다른 의견을 전달할 때면 '어쩔 수 없어. 너는 이 프로젝트에 진심이 아니니?'라는 질문이 돌아올 뿐이었다.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나의 진심이 얼룩져갔다.


이런 식으로 4개월이 지났을 때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고

난 프로젝트 하차와 팀 이동을 요청했다.


그리고 곤란한 표정으로 거절당했다. 지금은 다른 팀에 자리가 없고, 프로젝트에 집중하기 위해 본 업무를 정리했으니 돌아가는 데까지도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비전 없이 마이크로 매니징 하는 상부와 그 지시를 수동적으로 따르는 팀장과는 더 일할 수 없었다.

앞이 보이지 않았고 시키는 대로만 하는 로봇 같았다.


성장도 의욕도 열정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나는 퇴사를 선택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는 내가 대책 없이 퇴사했다고,

이직처를 정해놨었어야지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겐 퇴사가 대책이었다.


매일 시간이 멈추길 바랐다.

건강한 정신과 체력은 모두 잃었다.

충동적인 생각이 들면 그때는 정말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리고 난 나를 지키기 위해 말했다.

"퇴사하겠습니다"


힘들게 들어간 첫 직장이었고 내 일을 사랑했었다. 커리어라는 것을 쌓을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회사였다.

한참을 혼자 울었고 미련 없는 이별을 했다. 잘 가 안녕.


한 편 같은 시간에, 문자가 한 통 왔다.

"서류 전형 통과하였습니다."




작가의 이전글지금이라도 당장 퇴사하고 싶어(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