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며느라기가 되어줘

저도 우리 엄마한테는 싸가지 딸일 때가 많아요

by Yunna

"아이고 참 착하고 싹싹혀~"

"그러니까 결혼은 했구?"


병원에서 젊은 간호사로 일하면 종종 듣는 질문이다.

많은 어머님들이 나의 결혼여부를 궁금해하신다.

아직 미혼이라고 말씀드리면 왜인지 좋아하신다.


그리고 남자 소개 어떻냐는 질문으로 본론이 이어진다.

대부분 70대, 80대 노인분들이라 손자 얘기를 많이 해주신다.

20대부터 30대, 대학원생부터 사업가까지 소개해주시려는 손자분들은 다양했다.

당연히 웃으며 거절한다.

그래도 막상 들으니 기분은 좋아서 왜요~? 라며 넉살 좋게 여쭤보곤 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간호사 며느리 한 명 있음 좋제~아파도 바로바로 간병해 주고."

"그리고 또 이렇게 싹싹하자너. 내 딸들도 나한테 이렇게 안 잘해줘..."


납득했다.

늘 웃으며 친절히 모든 말씀들 다 들어드리고 극진히 간호한다.

내 직업이기 때문이다.

봉사정신도 있지만, 사실 대부분이 직장인들이 그러하듯

일할 때 나와 평소의 나는 많이 다르다.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내가 잘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어머님들이 이쁨을 받는 일은 당연히 좋다.

종종 맛있는 간식도 주시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녀 뒷담(?)을 까실 때는 참 난감하다.

절대 동조하지 않는다.

그저 못 들은 척 내 일만 하고 떠나야 한다.

"안 그래 간호사님?!"

이라는 말에

"아무래도 그렇죠..."

라고는 절대 말하면 안 된다.


하하하, 열 한 번 만 잴게요~하며 자연스레 빠져나가야 한다.

그러다 종종 진심으로 자녀분께 서운하신 어머님도 계셨다.

나이는 60대로 꽤 젊으셨다.

어머님은 따님이 너무 딱딱하게 말한다며 친절한 내가 좋다고 했다.

이런 며느리 들이고 싶다 하셨다.

그날은 왠지 그 따님 편을 들고 싶었다.

그래서 어머님께 조심히 말씀드렸다.

"근데요 어머니...저도 저희 엄마한테는 싸가지 없어요..ㅎ"

어머님은 그런 거냐며 되물으셨다.

당연하다.

나는 그래도 따님이랑 아직도 연락하며 서운함도 느낄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 것도 좋다고 말씀드렸다.

어머니 표정이 약간은 좋아지셨다.


그날 집에 돌아가면서 밖에서 모든 밝은 에너지를 쓰느라

엄마한테만은 유독 차가운 첫째 딸이 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엄마가 이런 나를 이해해 주길 바랐다.

그래서 엄마랑 얘기를 나눴다.

엄마가 말했다.

"할머니도 엄마한테 똑같은 말 했는데! 너는 나 이해 못 해줘서 섭섭하다고!"


한국의 첫째 딸들은 다 비슷한가 보다.

그래도 대한민국 장녀들만큼 속깊이 부모님 생각하는 자식들은 정말 없다!

아무리 섭섭하다, 차갑다 해도 결국 주보호자로 제일 전화가 잘되는 자식은 대부분 맏딸이다.

그저 좀 쑥스러우니 말만 좀 냉정할 뿐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 사랑만은 진심인 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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