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병원생활

제 2의 집이 되는 병원

by Yunna

우리 병원은 단골 입원 환자분들이 많다.

아직 퇴원하기 무리인 환자도 있지만 호텔처럼 수시로 입원을 원하는 환자들도 있다.

병원생활이 좋은걸까?

직원보다 병원입원기간이 더 길고 익숙하다.

나보다 의사들과도 더 친하다.

약 이름도 줄줄 외우고 있다.

마치 이곳이 안전 울타리인 듯, 사회에 나가기 보다 병원 입원을 더 즐기는 환자들이 있다.


입원 기간이 몇 달이 지나, 단골 환자는 퇴원을 했다.

그리고 몇 주 뒤 다시 입원한다.

자주 보다보면 환자의 자녀, 그 자녀의 자녀 소식도 알게 된다.

친해지면 환자가 커피도 사준다.

길게는 아니지만 환자들의 취미생활도 공유하게 된다.


한 환자는 기출문제를 풀고 있었다.

숫자들이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수학 선생님이라고 일차 판단해보았다.

여쭤보니 기사 자격증이라고 하셨다.

수포자로서 기사 자격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정말 멋져보였다.

"우와, 진짜 대단하시네요. 기사 준비하시는거에요?"

환자는 허허 웃으시며 인자하게 대답하신다.

"처음보는데, 하나도 모르겠어요."


뻘쭘하게 대화를 마치고 다음 타자로 이동한다.

다른 환자분은 매번 노트북으로 드라마를 보셨다.

"드라마 좋아하시나봐요, 어떤 거 보세요?"

"뭐??"

화를 내셨다.

자리를 바로 떠났다.


아까 화를 내던 환자는 담당의를 만났다.

바로 메모할 준비를 한다.

환자는 의사한테도 익숙한 듯 반말로 말했다.

"소화 안되니까 소화제 좀 정규로 줘!!"

원래 화가 좀 많으신 분이였나 보다.


다음 환자로 이동한다.

이번 환자는 당 수치를 잘 지켜봐야 하는 환자였다.

환자는 익숙한 듯 당수치로 내기를 건다.

"아! 나 방금 커피 먹었는데! 당 오늘은...250??"

"254요!"

"거봐!"

높은 수치다.

당 조절이 필요하니 최대한 달달한 음료는 드시지 말라고 권유한다.

알았다며 유쾌하게 대답한다.


다음 환자로 이동한다.

이번엔 변비가 고민인 환자분이시다.

입원한지 오래된 환자들은 스스로에게 맞는 약을 분별하는 능력이 생긴다.

"나 변비야! 그거 시럽 말고 알약으로!"

"아 그리고 죽 말고 밥으로 바꿔줘! 그래야 좀 나올 것 같아."

간호사의 도움없이 스스로 변비를 해결하는 능력을 깨우치셨다.


그렇게 오늘도 환자들은 그들만의 슬기로운 병원생활을 이어간다.

난 퇴사 전 단골 환자분께 라지 사이즈 커피를 선물로 받았다.

마지막 선물이라고 하셨다.

환자분들의 병원생활을 이어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빨리 퇴원하셔서 사회로 복귀하시길 바라는 마음도 들었다.

이젠 볼 수 없지만 슬기로운 사회생활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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