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는 역시 변하지 않는다.
나는 환자의 손끝에서 보이는 연기가 제발 담배는 아니길 바랐다.
환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날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이성적인 대화는 불가능하다.
과거력으로 알코올중독이 있는 환자들은 섬망이 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늘 두려웠는데...
우려는 늘 현실이 된다.
우선 혹시 모르니 대화는 시도해 본다.
"내 마음이야! 놔!"
역시 안 되겠다.
담배를 죽어도 갖고 있겠다고 하는 환자.
그렇다면 나도 단호한 목소리와 정색한 표정으로 대응한다.
"안 돼요. 손 놓으세요 다쳐요."
환자는 불평하며 라이터를 반납했다.
시간이 지나 환자는 다시 온순해졌다.
금연인 병실에서 담배를 폈던 일이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이런 순간에는 나는 늘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한다.
'아 그래도 이제 병원을 뛰쳐나갈 일은 없겠구나'
' 근데 기억이 안 난다고? 퇴사할까...'
이후 라이터는 환자에게 돌려주었지만
환자가 밖으로 나간다 할 때마다 우리는 제지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또 길을 잃을 수 있으니 당분간 당신의 자유를 빼앗을 수밖에 없다는 명분이다.
종종 나는 환자의 안전을 위해 자유권을 빼앗아도 되는 건지 의문이 든다.
상상해 보라,
매일 같은 시간에 밥이 나오고, 같은 하루를 보내고,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사람만 보는 삶.
아마 많은 똑똑한 분들이 만든 최적의 루틴이겠지만, 장기간 입원해야 하는 환자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삶이다.
게다가 자리에 잠시만 없어도 전화로 어디냐 찾아대니, 성가실 것이다.
그러나 환자가 사라지면 그 책임은 담당이 져야 한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환자의 자유는 많이 억압된다.
(어떨 땐 서비스 좋은 감옥 같은 느낌도 든다.)
환자는 당연히 컴플레인을 걸었고
우린 며칠 전 꽤 큰 사건이 있었으니 절대 안 된다 설명한다.
환자는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
'몰라'로 상황을 타개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 뻔히 보인다.
나는 내가 어제 뭐 했는지 기억 안 나니 지금 당장 해달라는 심보다.
왜 안되냐며 언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대화가 잘 되지 않는 경우 보호자와 연락을 한다.
대부분의 보호자는 병원 지침대로 안된다고 설명해 달라 부탁한다.
병원이 안전을 위해 환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환자가 행하는 자유행위가 멀쩡한 이성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판별능력이 미성숙한 아이들의 자유를 안전을 위해 제지하듯,
병원도 판단 능력을 상실한 노인들의 자유를 막는다.
병원은 사회가 인정한 암묵적인 합법 격리 장소인 것이라고 혼자 생각하곤 한다.
우리보다 보호자가 나서서 그냥 계속 재우는 약 좀 먹여달라고 요청할 때도 있다.
보호자가 인정머리 없다고 욕하기만 할 수는 없다.
내가 아닌 다른 자아가 폭력을 휘두르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그냥 편히 주무시기만을 바라게 된다.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번 일로 확인한 사실은 술은 적당히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