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 보고서 써야 하는 간호사와 섬망 온 환자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환자는 이미 맨 정신이 아니었다.
매일 당신에게 친절하게 웃으며 안위를 살펴주던 사람에게 아름다운 말을 내뱉었다.
"신발! 놔! 놔? 야! 안 간다고!"
"환자분.. 환자분! 여기 어디인지 기억해요? 저 누구예요?"
"신발! 야! 놓으라고!"
분명 나보다 몸집도 작고 수술한 환자다.
이 사람은 사회적 약자임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은 폴대를 칼처럼 휘두르며 나에게 맞섰다.
젊은 시절 한 성격 했을 것이 짐작되는 말발로
나에게 강력히 맞섰다.
가족은 아니지만 주보호자로 등록된 보호자를 불렀다.
보호자는 오자마자 말리긴커녕 똑같은 질문만 해댔다.
"너 술 마셨어? 술 마신 거야?"
상주해야 한다는 말은 넘긴 채 계속 술에만 집착했다.
그리고 그 보호자에게 술냄새가 진동했다.
섬망이 와 폴대를 휘두르는 환자와 술 취한 주보호자의 조합이라니.
스트레스성 위염이 도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미 밤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고,
당연히 주치의, 당직의 에게 모두 연락을 취했다.
보안팀에게 환자를 봐달라 맡기도 약을 처방받으려 병동으로 올라갔다.
진정제를 처방했다.
나에게 온몸으로 맞서는 사람에게 어떻게 진정제를 놓지?
이미 멘털은 나갔지만 우선 트레이에 알코올솜과, 진정제를 담은 주사기를 갖고 내려갔다.
같이 일한 동료 선생님과 함께 내려갔다.
환자는 보호자와 인도에 쭈그려 앉아 또다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여전히 눈빛은 살벌했다.
건들면 바로 욕설을 들을 것 같았다.
비흡연자이지만,
나도 같이 피고 싶었다.
그리고 비가 내렸다.
정말 드라마같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환자와 보호자와 같이 비를 맞으며 다시 설득했다.
지금 여기가 어디인지 인지 능력을 되돌리고자
계속해서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잠잠히 듣는 것 같아 같이 들어가자며 손을 뻗었다.
그리고 난 맞을 뻔했다.
누가 그랬다.
넌 정말 착하다고.
아니다.
그냥 내 상황이 착했던 거다.
눈앞에 놓인 환자는 악의가 아니라 섬망이 온 것뿐이라고
그러니 넌 프로처럼 침착히 행동해야 한다고 다독이려 했지만
난 성인군자가 아니었다.
나도 큰소리가 났다.
반 협박 같은 상황이 이어졌다.
"지금 비 와요. 여기 밖이죠? 여기 피나요. 아프죠?
지금 안 들어가면 더 아파요. 지금 안 들어가면 보호자분이랑 같이 집갈거에요?"
지인이라던 보호자는 이 말이 충격이었는지 갑자기 환자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그 사이 진정제가 들어갔다.
곧 환자는 졸려하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다정히 환자를 설득했다.
환자를 잠에 빠진 건지 순순히 내 말에 따라주었다.
순간 다행스러운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함께 들었다.
평화는 참 어렵게 지켜지는 가치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이 순간 나 혼자가 아니라, 도와준 사람들이 있어 정말 감사했다.
세상은 역시 혼자 살 수 없다며 감동했다.
환자는 무사히 병동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무사히 잠에 들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나는 병실에서 쭈그려 앉아 담배를 태우는 환자를 목격했다.
나도 섬망이 오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