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분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90세

by Yunna

콧줄, 소변줄, 기저귀가 없으면 식사도 소변도 볼 수 없는 할머니 환자분이 계셨다.

거동이 아예 불가능한 환자분이셨다.

두 시간마다 체위변경을 해드리며

하루 세 번 코에서부터 위로 연결된 투명한 줄로 환자분의 식이를 따뜻하게 데워드렸다.

갈 때마다 성함을 여쭙고, 눈을 마주치고, 입 안도 소독해 드리며 여러 번 말을 걸어도

환자분은 나의 말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눈알만 굴릴 뿐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다.


보호자분은 따님이셨다.

옆에서 딸이 "엄마! 내 말 들려?? 나 왔는데!!"라고 큰소리쳐도 큰 반응은 없었다.

눈빛만으로 환자분의 기분을 살피는 일은 매우 어려웠다.

눈치껏 자세가 불편하신가 싶어 머리를 올려도 보고 내려도 보며 환자분과 눈빛으로 소통을 시도했다.

어림도 없었다.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를 뒤로하고 최대한 보이는 곳이라도 쾌적하게 유지해드리고자 했다.


혼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환자분은 보호자 상주가 무조건적으로 필요했다.

그래서 보호자분이 자주 바뀌더라도 (원칙상 잦은 보호자 교대는 불가하다)

꼭 젊은 보호자는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던 중 따님이 보호자 교대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저희 아버지가 오실 거예요. 아버지가 매일 우세요. 어머니 보고 싶으시다고....

아버지가 나이는 있으셔도 엄청 정정하세요. 괜찮을 거예요."


먼저 깔리는 긴 설명에 싸한 무언가가 스쳤다.


"보호자로 오실 아버님 연세가 어떻게 되실까요?"

"90세요."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환자의 보호자로 90세 할아버지가 오신다.

가족분들은 아무렇지 않아 하셨지만, 간호사인 나에겐 환자 두 명을 받는 것과 같은 부담감이었다.

보호자분들이 아무도 상주할 수 없어 잠시 며칠만 아버님이 오신다고 했다.

다른 보호자 분은 안 계신 건지 (정말 정말) 여러 번 여쭈어보았으나,

결국 할아버지는 보호자로 오셨다.


가족분들 말대로 90세로는 보이지 않는 신사복에 모자, 지팡이 하나를 짚고

할아버님은 할머니가 계신 병실로 들어가셨다.

주 상주 보호자로.


할아버지는 매우 기뻐하셨고, 나는 지팡이를 보는 순간 하나의 소원은 간절히 빌었다.

'제발 제발 보호자 낙상 같은 일은 없게 해 주세요...!!!'


할아버지께 노인의 낙상 위험성에 대해 여러 번 말씀드렸다.

절대 넘어지시면 안 된다고,

필요하신 일이 있으시면 꼭 벨을 눌러달라고 여러 번 부탁드렸다.


절대 안 넘어지겠다며 당찬 눈빛을 날리시곤, 할아버지는 병실로 들어가셨다.

그리고 나는 함께 들어가 눈물이 그렁그렁 해진 채로 병실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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