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행복이야
90세라고는 믿기지 않는 순수한 눈에서 여전히 남아있는 사랑을 보았다.
사랑스러운 아내가 노쇠하여 누워있는 모습을 본 할아버지는 웃어주셨다.
걱정되던 당신을 만났다는 안도에서 나오는 웃음,
그 뒤로 아픈 아내를 보는 당혹스러움에서 나오는 쓴웃음이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 손을 잡았다.
"여보 나 왔어. 나 알아보겠어?"
신사다운 옷을 입고 인자하게 웃으시는 모습에서 사랑이 느껴졌다.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반응 없던 할머니가 우셨다.
할머니 눈에서 눈물이 났다.
말을 안 나오셨지만, 소리로 우셨다.
두 분의 모습이 너무 슬펐다.
노쇠해야만 하는 인간의 운명이 처음으로 슬펐다.
마음을 다해 준 사랑도 같이 늙어간다고 생각했는데,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에서 아직도 생생한 사랑이 느꼈다.
마음이 아팠다.
눈물이 맺혀 숨을 쉬기 힘들었다.
손톱으로 손바닥을 짓눌러 간신히 울음을 멈췄다.
두 분의 사랑이 이렇게 진심인데,
낙상이나 걱정하던 내가 한심하기도 했다.
더 일찍 면회시켜 드릴 걸 하는 마음도 들었다.
할머니에겐, 위를 채우는 영양식이보다
평생을 함께 한 남편의 익숙한 쓰다듬어 더 필요했던 것 같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보고 싶었다.
할아버지는 집에서 자신의 아내를 걱정했다.
여전히 할아버지에게 할머니는 사랑스러운 소녀였고,
할아버지는 할머니께 듬직한 오빠였다.
그 순간의 모습에서 두 분의 젊은 시절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종종 결혼은 비즈니스라고, 진정한 사랑 같은 건 사치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다, 결혼은 그리고 사랑은 정말 멋지고 초월적인 일이다.
우린 결국 다 늙고, 병들고, 죽는다.
그리고 사랑은 참 많은 걸 극복하게 해 준다.
보는 사람마저 목맥히게 하는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다.
사랑은 말로 표현할 수 없게 행복한 일이다.
언제든 시간여행 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