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지 마세요, 상대에게 양보하세요

유치함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해지는 법

by Yunna

유치함은 나이를 막론하고 누구의 마음속에나 한 자리씩 차지한다.

억울한 점은 당사자는 진심으로 울화통이 터지는데 보는 사람에겐 별 거 아닌 일이라는 거다.

나이를 먹을수록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억울함은 끝을 모르고 익어 유치함의 끝장이 되어버린다.

애써 오랜 시간 감춰오던 것이, 아무 뜻 없이 던진 상대의 한마디에 터져버린다.

특히 속앓이를 오래 하신 노인분들은 사소한 일에도 더 속이 뒤집히신다.

오랜 시간 시댁살이, 남편, 자식들에게 참으며 살았던 할머니들 이제야 숨겨왔던 본능이 들끓는다.


한 번 터지기 시작한 분노에 힘입은 말에는 감히 대꾸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졌다.

에피소드는 참 별거 없었다.

기억력의 탓인지, 같은 얘기도 언제나 즐거우신 건지 할머니들은 늘 같은 얘기를 반복하셨다.

그러다 누군가 할머니께 해서는 안될 말을 해버렸다.


"언니, 그거 저번에 얘기했어."


"야!! 내가 두 번 말도 못 하냐!! 그냥 내가 좀 여러 번 말하고 싶나 보다 하고 들어주면 되지!

내가 너 아니면 또 누구한테 여러 번 이야기를 하겠어!!"


"..."


'이게 그렇게까지 화낼 일인가?'

라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아직 화병을 견딜 준비가 되지 않았다.

이 짧은 대화만 본다면 왜 화를 내는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

사실 이 화병이라는 것은 객관적인 설명은 힘들 것이다.

원인을 따지자면 세월이 쌓이며 분노의 가림막이 얇아진 탓이다.


젊은 시절 할 수 없던 반항심이, 억울함이

증거도 없이 말 뿐으로 밖에 이어질 수 없는 야속한 마음이

잊히지도 않고 기억 속에, 마음속에 자리 잡힌 것이다.


그 유치한 마음은 당연히 가까운 가족에게 표출된다.

내 화병의 기름을 듬뿍 부어준 가족들에게

유치한 마음은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온다.

본인도 참 괴롭게,

억울하던 내 마음은 그 시절 겪은 일도 참 구체적으로 기억하신다.

한 번 듣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자세한 에피소드가 터져 나온다.

듣는 내가 다 감정이입이 되었다.

겪지도 않았는데 풍경이 상상될 만큼 세세히 기억하셨다.

이 자세한 기억으로 평생 품고 산 할머니들은 얼마나 괴로우셨을까 싶었다.

차라리 잊히기라도 하지, 왜 사람을 더 유치하고 못난이로 만들까.


남은 가족들 또한 악의는 없었기에,

원래 그러했던 일이기에,

그래도 지나간 세월을 갚아줄 방법은 없으니

나름의 변호를 하며 듣고는 있는 듯했다.

그러나 사람인지라 과거를 들추며 따져대는 화를

그저 받아내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사실 이런 일에 현명한 방법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화가 좀 가라앉은 후 빼꼼 할머니들의 혼잣말을 들어보면

유치한 마음은 아직 제 분이 안 풀린 모양이지만

가족은 가족이다.

돌아보니 그립고, 여전히 사랑하고, 보고 싶어 하신다.


뭐에 그리 화가 나셨어요?

라고 물어보는 나의 물음에 할머니들은 말씀하신다.

"젊은 선생님은 참지 마! 참지 말고 다 풀고 살아!

예쁜 시절 참지 말고 화도 적당히 내면서 살아야 돼!"


살면서 한 번도 참지 않기란 불가능하겠지만,

되도록 참지 말라는 말은 세월에서 묻어 나오는 조언이었다.

참지 말고, 분노는 상대 몫으로 달고 살아야 내가 산다.

본래 내 것이 아닌 화는, 고대로 돌려주는 것이

내가 덜 유치해질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마음에 한 번 담은 화는 덜 방법이 없으니

익어가기 전에 들이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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