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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프 Jan 11. 2022

내 발길이 지나는 곳엔


오늘따라 해거름 문수산은 오래된 흑백사진을 보듯 가슴 저민다.

문수산 자락에 터를 잡고 살아온 지도 강산이 변할 정도의 시간이 지났고, 이제 자식들 다 키워 놓고 은퇴해야 될 나이가 되어 뒤 돌아보니 산은 그대로인데 나만 늙어가고 있었다. 

셀 수 없이 많이 오르내렸던 그 산은 한결같은 자세로 나를 맞아 주었지만 

나는 쫓기듯 정신없이 올랐다 내려오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나이가 들어 힘에 부치기도 하거니와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인지 모르지만 한걸음 또 한걸음 내 디딜 때마다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천천히 걷다 보니 친숙한 듯 내 발자국 소리에 이름 모를 야생화와 푸르른 나무들, 그리고 내 앞을 분주히 오가던 다람쥐들이 반겨주곤 했는데,

이제 찬바람 부는 한 겨울이 되어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리고 앙상함만 남은 때

무엇이 더 나를 반겨줄까? 하고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허리를 숙여 발아래 주변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들은 여전히 내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봄이 올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라고…

 

                                                                                        photo by  그늘 밑 세상 Jeff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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