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바라봄

by 제프

봄은 스스로 찾아오는가?
몹쓸 전염병과 함께한 이후로 세 번째 맞는 봄은 그다지 희망적이지도 않은 소식만을 꼭꼭 접어 넣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듯이 울타리 너머로 도둑고양이처럼 살그머니 왔다. 겨우내 꽁꽁 동여매어 놓았던 시린 마음들을 토닥여 줄 그 어떤 위로도 없이 봄은 스스로 찾아왔다.


체념하듯 물끄러미 바라본 봄은 그래도 봄 다움을 잃지 않은 채 나른함은 여전하고, 하루하루가 마지막일 것 같은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향기로 남을 것이기에 그들의 간절함으로 봄은 못이기 듯 부끄러워하며 왔다, 그러하기에 봄은 수줍은 새색시 볼처럼 연분홍 빛이다.






IMG_1359 복사최종.JPG 봄은 스며드는 빛이다.

봄은 어둠을 이겨내고, 초록을 잉태한 채 대지로 스며드는 한줄기 빛과 같다. 발바닥이 시리도록 차가웠던 그 땅은, 무엇 하나 남아 있지 않을 것 같았던 그 땅은 스며드는 봄에게 모든 것을 내어 주고 스스로가 빛으로 부활하여 초록을 탄생시키는 모태(母胎)가 되었다.






IMG_1715.jpg 리터칭최종.JPG 봄은 어머니의 주름 가득한 손이다.

봄은 어머니의 손끝에서부터 온다. 향긋한 봄나물의 향미(香味)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어머니가 정성으로 차려준 소박한 밥상 가득 머물러 있고, 그 나물을 다듬던 손에 남아 있던 봄 내음은 그대로 어머니의 채취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어김없이 찾아오는 이 봄이 어머니의 봄이기도 하다.






IMG_1777-2.jpg 리터칭최종 1.JPG 봄은 무채색의 고리를 끊고 초록을 탐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봄은 무채색의 고리를 끊어 내야만 비로소 찾아오는 화려한 색의 향연(饗宴)이다. 봄은 초록으로부터 시작한다. 무채색의 땅에 초록의 기운이 조금이라도 감돌 기세가 보이면 앞장서 초록을 영접하고 부지런히 탐구해야만 한다. 그래야 곧이어 펼쳐질 색의 향연을 느긋이 즐길 수 있게 되고, 그에 더하여 얼마 후 맺어질 결실의 행운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봄은 언제나 옳은 또 다른 시작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