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혼선(混線)
-기억의 혼선(混線)-
점점 희미해져 가는 당신의 모습을 간신히 그려내며
한밤을 뒤척이다 지쳐 잠이 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지독한 가위눌림.
기억은
시간을 이겨내지 못해 당신의 잔상은 시나브로 안개처럼 흐려집니다.
먼 훗날
내 영혼이 풀잎처럼 시들어 갈 때 추억도 연기처럼 사라지겠지만
순간이 영원하길 바라는 헛된 바람이 인연의 끈을 쉽사리 놓지 못하게 하고
퇴색된 기억은 간절한 소망 하나로 새로운 추억으로 다시 포장됩니다.
그러하기에
오늘도 거리에는 낯선 사람들로 분주하고 그 속에 서 있는 내가
어느새 당신의 모습으로 투영되고 마는…
아… 그것은 끝없이 계속되는 부질없는 기억의 혼선일 뿐입니다.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