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드는 방

by 제프

짙게 드리워진 구름사이를 비집고 틈새 빛살이 내리는 광경을 볼 때면, 높은 천창에서 내리는 빛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소녀 그림을 기억 속에서 소환해 낸다.




니콘 Fa / Kentmere 400


이렇듯

한 줄기 빛의 시각적 관념이 소망 또는 희망의 상징으로 각인되었듯이 나의 마음 한 구석에 숨어 지내던 햇볕에 대한 공감각(共感覺)적 감정이 연이어 반응을 일으켰다.


유난히 길고 추웠던 어느 겨울날,

논 바닥처럼 갈라 터진 손등을 맞대어 비비다가 허술하게 입은 입성으로 옷깃을 여미고는 양지바른 담벼락에 쪼그리고 앉아 해바라기를 하던 소년은 햇볕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게 되었다.

시간의 간극을 한참 뛰어넘어, 이젠 외풍 없는 집에서 춥지 않은 겨울나기를 하다 보니 그 해 겨울의 그림동화를 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러나,


틈새 빛살로 인해 생각 없이 묵혀지던 그날의 감성이 봄날의 햇살처럼 되살아 났다.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무디어져 가는 감각세포를 하나하나 일 깨우듯이…


그래서


아침 햇살에 눈을 뜨고, 옅은 커튼 사이로 스미는 부드러운 빛의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날리는 먼지조차 햇볕 드리운 방에서 느끼는 따스한 감성의 오브제로 삼았다.



니콘 Fa / kentmrere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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