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 아름다운 순간
오래전,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가 보내온 한 장의 지구 사진,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을 마주했을 때의 공허함을 쉽게 잊을 수 없다. 광활한 우주 속 티끌보다 작은 점에서 아우성치며 살아가는 나의 몸부림이 그 무한의 시공간에서 얼마나 보잘것없는 사태에 불과한 것인가 하는 생각에 한동안 조울증 환자처럼 요동치는 감정의 기복을 주체할 수 없어 힘들었다. 그리고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는 추상적인 관념의 이미지가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고, 삶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되뇌었다.
세상에 존재한 나는 '카이로스(Kairos)'의 시간을 살아가는 지친 시간 여행자에 불과하고, 내게 주어진 시간은 무한한 우주의 시공간에 견주어 보면 찰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간일 뿐일 텐데, 그 짧은 시간 속에서 삶의 흔적을 만들고, 그 흔적이 남긴 기억으로 축적한 ‘서사적 정체성’이 나라는 것을 잊고 지냈다.
아름다운 순간은 아름다운 데로, 힘들었던 순간은 힘들었던 모습 그대로 모든 것이 다 나였을 텐데 고통스러웠던 순간은 애써 잊으려 했다. 그리고 아름다운 순간마저 삶의 무게에 밀려 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러나 이제 아름다운 날의 아름다운 순간은 기억이 더 이상 퇴색되기 전에 가슴속 깊숙이 갈무리해 두어야겠다.
비록 티끌 같은 존재에 불과할지라도 나의 삶의 서사(徐事)는 스스로 존중해야 함이 마땅하기에
배냇적에서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기억이 희미하면 희미한 데로...
영화의 시퀀스 같은 엮음사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