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 아름다운 순간

by 제프

아름다운 날 아름다운 순간


오래전,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가 보내온 한 장의 지구 사진,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을 마주했을 때의 공허함을 쉽게 잊을 수 없다. 광활한 우주 속 티끌보다 작은 점에서 아우성치며 살아가는 나의 몸부림이 그 무한의 시공간에서 얼마나 보잘것없는 사태에 불과한 것인가 하는 생각에 한동안 조울증 환자처럼 요동치는 감정의 기복을 주체할 수 없어 힘들었다. 그리고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는 추상적인 관념의 이미지가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고, 삶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되뇌었다.




Nikon Fa / Kentmere400




세상에 존재한 나는 '카이로스(Kairos)'의 시간을 살아가는 지친 시간 여행자에 불과하고, 내게 주어진 시간은 무한한 우주의 시공간에 견주어 보면 찰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간일 뿐일 텐데, 그 짧은 시간 속에서 삶의 흔적을 만들고, 그 흔적이 남긴 기억으로 축적한 ‘서사적 정체성’이 나라는 것을 잊고 지냈다.


아름다운 순간은 아름다운 데로, 힘들었던 순간은 힘들었던 모습 그대로 모든 것이 다 나였을 텐데 고통스러웠던 순간은 애써 잊으려 했다. 그리고 아름다운 순간마저 삶의 무게에 밀려 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러나 이제 아름다운 날의 아름다운 순간은 기억이 더 이상 퇴색되기 전에 가슴속 깊숙이 갈무리해 두어야겠다.

비록 티끌 같은 존재에 불과할지라도 나의 삶의 서사(徐事)는 스스로 존중해야 함이 마땅하기에
배냇적에서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기억이 희미하면 희미한 데로...


영화의 시퀀스 같은 엮음사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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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on Fa / Kentmere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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