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그리고 마음의 풍경

벽에 새겨진 내 마음의 풍경화

by 제프

가끔 카메라 프레임 너머로 낯선 감각과 마주할 때가 있다.




Hasselblad 503 cxi / kemtmere 400

어느 날, 낡은 벽을 바라보는 순간, 마치 힘겨운 삶의 여정에서 치유되지 않은 채, 마음 한 구석에 새겨진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나를 보는 듯한 감정이 불현듯 들었다. 오롯이 나의 감정대로 바라보던 낡은 벽이 타인의 시선이 되어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한 생소한 감정과 마주했다.




Hasselblad 503 cxi / kentmere 400

벽은 본질적으로 경계, 분리, 차단과 같은 방어적인 의미를 가진 존재이다. 나의 사진작업은 바로 이 방어적인 벽에서 나의 내면을 투영하는 일이다. 세상과의 지루한 싸움에서 상처 입은 채 금이 가고, 빛바래고, 온갖 풍파에 얼룩진 벽의 모습이 바로 내 마음의 풍경화인 것이고, 이 벽은 나를 지키려 했으나 상처투성이가 된 내면의 방어막이자, 나의 실존을 드러내는 캔버스인 것이다.


그리고, 이 상처투성이의 방어적인 내면의 벽은 꿈틀대는 생명력의 토대이기도 하다. 그 상처 입은 틈을 비집고 강인한 생명들이 움트거나 낡을 벽에 의지한 채 힘겹게 살아간다. 새 생명들이 꿈틀대며 벽을 감싸 안고 숨을 쉬는 모습은, 상처가 난 자리에서 새살이 돋아남을 시각적으로 증명한다. 벽의 균열이 새 생명을 품어내는 공간이 되었듯이, 나의 상처와 아픔 또한 성숙과 회복을 위한 필연적인 공간이었음을 깨닫는다.

따라서 이 사진들은 단순한 벽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상처를 끌어안고 그 위로 다시 피어나는 내 마음의 기록이며, 이어지는 회복 탄력성에 대한 조용한 증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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