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람들

미치는 것도 행복이다

by 돌무리

누가 나보고 취미가 뭐냐고 물어보면 멈칫 멈칫하다가 등산? 낚시? 하며 겨우 대답한다.

그러고 보니 내 취미가 있기나 한 것인가? 자신 있게 대답하기가 망설여진다.

그래도 얼마 큼은 좋아 하기는 하니까, 취미라고 해도 좋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다가 有不利를 따지는 나 같은 凡人과는 달리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을 안다. 아니, 좋아하다 못해 아주 미친 사람을 알고 있다.


등산에 미친 홍반장은 금년 연세가 85세다. 그런데도 꼿꼿한 자세 하며 걸음걸이도 여느 젊은이 못지않게 똑바르다. 산악회 공고가 나가기 무섭게 제일 먼저 참가 신청을 한다. 그는 젊은이들도 힘들어하는 일요 산악회에도 부지런히 따라다닐 뿐 아니라 산행 도중 미끄러져 골반이 부서져서 나사못을 박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행에 빠지는 법이 없으며 산행도중 중간에 포기하는 일도 없다.

그만하면 겁이 나서도 그만 둘만도 한데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힘들어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산행 내내 환희에 가득 차있다. 그야말로 미치면 무엇인들 못하리오만.

정상에 도달할 때마다 호랑이를 잡은 사냥꾼처럼,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처럼 언제나 의기양양하다.

멋있는 경치를 잡을 때마다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는 여유까지도 보인다.


그런가 하면 낚시에 미친 신프로의 경우는 미쳐도 아주 전문적으로 미쳤다.

아예 기아 카니발에다 침대를 비롯하여 각종 취사용구 및 냉난방 시설까지 완벽하게 갖추어 사흘 드리 차박을 하면서 낚시를 즐긴다. 낚시를 하는 기술 또한 완전 프로급이다. 그에게 걸렸다 하면 놓치는 법이 없다.

그렇다고 고기를 잡아먹는 것도 아니고, 잡아서 내다 파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운동선수가 시합에 임하듯 오직 승부의 결과를 맛볼 뿐이다.

아직도 쓸만한 낚싯대가 많지만 맘에 드는 것을 보면 몇십 몇백만 원 짜리도 서슴없이 사버린다.

그에게는 기후나 날씨 같은 건 고려 대상이 아니다.

비가 오면 우의를 입으면 되고 추우면 방한복과 손난로를 준비하면 된다.

저수지가 얼면 얼음을 깨고 구멍 치기를 한다.


무엇에 미친다는 것은 그만큼 매력적이며 부러워해야 할 대상이다.

미친 다는 건 열정을 가진다는 것이며, 열정을 가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

마치 사랑에 빠진 어느 젊은이처럼 오직 한 곳만을 바라보며, 무엇엔가 풍덩 빠져 버린 듯한, 자나 깨나 그 생각이며,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뜨겁고 두근 거리며 자신조차 통제 불가한 지경에 빠져 버린다.

마음이 순수하지 않고는 무엇에든 미칠 수가 없다.

타산적이지도 않고 약삭빠르지도 않다

두려움 따위도 없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미친 삶이 아니라 녹슨 삶이다. 나 자신이 걸어갈 수 있는 길에 끝까지 닿아보는 것, 세상과의 타협을 거부한 자신만의 길을 걷는 것 일 뿐만 아니라 無我의 境地에 닿는 것이다.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은 인생 무엇이 두려우랴!

하고 싶은 것 있으면 맘껏 해보고, 한껏 빠져 보고 미쳐 보는 것도 매력적인 삶이 아닌가 싶다.

20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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