善과惡

善과惡은 종이 한 장 차이

by 돌무리

유난히 더운 어느 여름날 단짝친구인 강아지 몰티즈를 데리고 한적한 공원을 산책하고 있을 때였다.

공원에는 근사한 정자가 하나 있다.

정자에 올라 잠시 땀을 식히고 있었는데 몰티즈 놈이 정자 밑에서 끙끙거리고 있는 게 보였다. 무언가 입에 물고 뜯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군데군데 벗겨져 있는 낡은 지갑이었다.

누군가 정자에서 쉬다가 떨어 트린게 분명하다. 얼른 내려가 지갑을 뺏어서 열어봤다.

아니 이게 웬일이야? 적지 않은 현금을 비롯 카드 몇 장, 주민등록증 그리고 남의 명함 두장이 들어있었다.

두툼한 현금을 보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며 미세하게나마 지갑을 잡은 손이 떨리고 있었다.

몰티즈가 내 맘을 알아챘는지 지갑을 내놓으라고 폴짝폴짝 뛰면서 매달렸다.

본 사람 이라고는 말 못 하는 몰티즈 말고는 아무도 없다.

그냥 슥삭 해버리고 말까? 아니지 이건 주인에게 돌려줘야지...

見物生心이라고, 양심과 비양심이 교차하여 갈등의 늪에 빠졌다.

한참을 망설인 후에야 결국 전화기를 들고 말았다. 명함의 주인은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다른 한 장의 번호로 걸었더니 거래처라고 했으며 한참 후 연락이 닿았는지 기다리라는 전화가 왔다.

전화하는 그의 음성이 몹시 흥분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산책도 못하고 죽치고 기다리게 되니 슬슬 조급증이 나기 시작했다.

전화를 괜히 했나?!!!.

한 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체 헐레벌떡 뛰어 오는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지갑을 받아 들고는 어쩔 줄 몰라하며 그냥 주춤주춤 하다가 고맙다는 말만 남기고 어설프게 돌아갔다.

좋아하는 그를 보니 덩달아 가슴 뿌듯한 기쁨을 느꼈지만 좀은 섭섭한 느낌도 없지는 않았다..

이튿날 뜻밖에 낯선 전화가 걸려왔다. 지갑의 주인인 그 사람이었다.

고맙다며 사례를 하겠다고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다. 그러면 그렇지! 반가웠다.

그러나 막상 사례금 받겠다고 번호 불러 주기에는 염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보다 모처럼 좋은 일 했는데 사례금 몇 푼 받고 퉁쳐 버리는 게 왠지 아까운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덕분에 모처럼 좋은 일 한번 해서 나도 기분이 좋습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얼떨결에 말했지만, 갑자기 자신이 위대한 사람이라도 되는 양 어깨가 으쓱해 짐을 느꼈다.

그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가 "그럼 담에 만나서 한잔 합시다"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 후 은근히 기다렸으나 기어이 연락은 없었다.

오히려 잘된 일인지 모른다. 그만한 일로 사례받겠다고 만나는 건 모양새가 과히 좋지 않을 것 같기도 했다.

그 후 그의 전화번호는 오랫동안 저장 되어 있었으나 어느 날 인가부터 잊히고 말았다.

어쩌면 당연한 것을 가지고 한참 동안이나 망설이기도 하고 더군다나 은근히 대가를 바라기도 했으니,

이는 분명 僞善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위선인지 아닌지는 차치하고서라도 결과가 善이었으면 善일 거라고 자위해 본다.

어떤 노래 한 소절이 생각난다. '에 빠져 날뛰는 인생아, 너 속였음을 네가 아느냐, 세상의 것은 너에게 虛無니, 너 죽은 후엔 모두 다 없도다'.

다 지난 일이지만 만약 그때 다른 생각을 했다면 지금 까지도 마음 한구석에 찜찜함이 남아 나를 영원히 괴롭히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평안은 순간의 선택에서 비롯된 작은 양심의 덕택이다.

善과惡은 종이 한 장 차이인 것을......

2025,12

돌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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