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by 돌무리

얼마 전 딸이 키우다 맡긴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다.

몸무게가 1,5kg밖에 안 되는 귀엽고 앙증맞게 생긴 순종 몰티즈다.

강아지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으나, 어쩔 수 없이 키우게 되었다.

이구석 저구석 대소변 싸 붙일 땐 짜증도 났고 혼도 많이 냈지만,

외출했다 들어올 때면 계단 올라오는 내 발자국 소리를 용케도 알아보고

문 앞에 기다리다가 언제나 제일 먼저 반갑게 맞아준다.

그놈은 내 손을 핥기도 하고 얼굴을 핥기도 한다. 내가 싫어하든 말든 상관없다.

나는 어느덧 서서히 놈의 愛情 공세에 말려들고 말았다.

드디어 우리는 땔 수 없는 친구가 됐다.

놈은 양고기 훈제로 된 간식을 무척 좋아한다.

마트에 가면 제일 먼저 애완견 코너에 들러 간식부터 고른다.

내가 외출복으로 갈아입는 걸 보면 어느새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밖에 나가면 폴짝폴짝 뛰며 아이처럼 좋아한다.

저만큼 뛰어가서 빨리 오라며 돌아보기도 하고,

그러다 다시 뒤돌아와 빨리 가자며 재촉하기도 한다.

단거리 시합에서는 언제나 놈이 이긴다.

자전거를 타며 달릴 때도 악착같이 따라붙는다.

언제나 나보다 앞서 갔는데, 절대로 질 수 없다는 듯이 전력을 다해 뛴다.

그게 귀여워서 나는 페달을 더 힘껏 밟는다, 그러면 데굴데굴 구르면서도 달린다.

그러던 그놈이 어느 날부터인가 뛰지 않고 천천히 걸었다. 비틀비틀 걸었다.

그러나 포기하지는 않았다. 오직 따라가야 만 한다는 일념뿐이었다.

따라가지 않으면 죽는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천둥 번개가 몹시 치는 어느 날, 그 좋아하던 양고기 간식마저 거들떠보지도 않고

들어 누워 앓기 시작했다. 심장병에 걸린 것이다.

입원시켜 놓고 나오니 갑자기 놈이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병이 난 것도 모르고 끌고 다니면서 혹사시킨 게 아닌가 하여 미안하고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퇴원하던 날 내 품에 안겨 좋아 어쩔 줄 몰라했다.

제놈 몸보다 더 큰 주사 바늘에 매달려 몇 날 몇 밤을 보내며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까?

그 후로는 그놈과 같이 걸을 수도 없었고 달릴 수도 없었다.

놈도 나이 15살이니 사람의 나이로 치면 90살 정도라고 한다.

늙지 않고 살 수는 없을까?

병들지 않고 살 수는 없을까?

시름시름 앓던 어느 날 아침 끊임없이 나던 신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혹시나 하여 살금살금 가서 들쳐 봤더니 눈은 감지 않았는데 숨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무슨 한이 맺혀 눈조차 감지 않고 갔을까?

못다 먹고 남은 훈제와 함께 뒷산 양지바른 곳에 놈을 묻어주고 돌아오는데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情이란 게 무엇인지 정말...

미운 정도 情이고,

고운 정도 情인데,

떠나고 나면 남는 건, 그리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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