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핀 빨간 장미
오늘 부모님 산소에 성묘를 다녀왔다.
그리고 산소 앞에 빨간 장미 한그루를 심었다.
드디어 오랜 숙원을 이룬 것 같아 마음이 한결 홀가분하다.
내가 부모님 산소 앞에 장미한그루를 심은 데는 깊은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어머님께서는 지병으로 일찍 돌아가시고 홀로 남은 아버님은 무척 외로워하셨다.
그럴 때마다 홀로 어딘가 먼 길을 다녀오셨다.
어디 갔다 오시냐고 여쭤보면 기차 타고 버스 타고 어머님 산소에 갔다 오셨다고 하셨다.
말년에 그게 유일한 낙이셨던 거 같았다.
어쩌면 무덤을 찾아 평생에 못다 한 사랑을 고백하셨던 건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느 해인가엔 제법 일찍 찾아온 초겨울, 눈까지 내린 날 산소를 다녀오신 후 무척 기분 좋은 모습으로 나를 부르셨다.
"네 엄마 아직 살아있다."
"녜?"
갑자기 왜 이러시나 싶어 눈이 똥그래진 나에게 아버님은 조근조근 말씀하셨다.
이 추운 눈발에 유독 어머님 산소 앞에 빨간 장미 한 송이가 피어있더라는 거였다.
"그걸 보면 너 엄마는 아직 살아 있음이 분명하다."
아버님은 그 장미가 어머님이 환생하신 거라고 믿고 계신 듯했다.
아버님 돌아가신 후 당신이 직접 잡아두신 어머님 옆자리에 나란히 모셨다.
그 후에도 산소 앞 장미한그루는 해마다 빨간 꽃이 피었으며 그때마다 아버님이 좋아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성묘 때마다 산소 앞에 자리 펴고 제수음식 나눠먹으며 장미꽃을 바라보는 게 무척 즐거웠다.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를 장미나무 밑에 묻었다.
많이 먹고 잘 크라고...
그러나 그게 화근이었다.
어느 해부터인가 장미가 시들시들 말라죽기 시작했다.
장미가 먹어야 할 음식은 소금기 많은 음식찌꺼기가 아닌 잘 썩은 거름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그게 맘에 걸려 언제나 찜찜하던 차에 이번에는 큰맘 먹고 화원에들러 거금? 을 지불하고 빨간 장미 한그루를 구입하여 그 자리에 정성 들여 다시 심어 두고 왔다.
담에 갈 때는 거름 한 봉지는 꼭꼭 준비해 가야겠다.
2026,4.26 돌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