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견뎌낸 벚꽃

유난히 밝은 빛을 내더라

by 은은

3일 연속 때 이른 비가 쏟아졌다. 벚꽃은 지난주 주말이 절정이었고, 이 비라면 꽃잎이 다 떨어졌을 거라 생각했다. 정답이었다. 비 온 지 3일 차가 되는 오늘, 저녁에 산책을 나서자 나무들은 모두 초록빛을 내고 있었다. 벚꽃 잎을 떨어뜨리고 갓 세상에 태어난 연하고도 푸릇푸릇한 초록색이었다. 그렇게 평소와 다름없이 나의 산책 코스를 걷고 있었는데, 유독 분홍빛을 띠는 나무를 봤다. 와-, 이것은 어느 벚꽃 나무들보다도 가장 먼저 꽃을 피웠던 나무였다. 가장 먼저 피우고도, 가장 마지막까지 꽃을 피고 있던 것이다. 물론 남은 꽃잎은 절반이 채 되지 않았지만, 그 모습은 충분히 예뻤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아, 나도 저렇게 유난히 밝은 빛을 내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가장 먼저 피고 가장 늦게 지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오랫동안 꽃길을 걸을 수 있기를. 나도 저 벚꽃나무처럼 궂은비에도 묵묵히 소명을 다할 수 있기를.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기를. 행복을 줄 수 있기를.





유독 그 나무가 빛나는 이유는 궂은비를 견뎌 내서다. 지난 3일 동안 비가 오지 않았다면, 자연스러운 계절의 변화였을지도 모른다. 시간의 흐름이었을지도 모른다. 때 이른, 그것도 3일 내내 오는, 흔치 않은 강력한 봄비는 벚꽃 나무에게 시련을 주었다. 그리고 나무는 그 시련을 이겨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을 해낸 것이다. 예상을 깨고, 나 여기 벚꽃이 아직 건재함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저 벚꽃나무는 아름다운 존재가 되었다.





아름다움은 시련을 견뎌낸 후 나타난다. 그러니 내가 지금 시련을 겪는 이유는 나의 아름다움을 꽃피우기 위한 것이다. 나는 지금 묵묵히 이 시간을 견뎌내고 아름다움을 보여줄 준비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