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욕심

by 정원

집을 나와 동네 카페까지 걸어가는 중이다. 짧은 5분 거리지만 그 사이를 못 참고 걸음을 멈춰 고개를 숙인 채 카페 앱에서 커피 오더를 누른다. 당찬 계획은 카페 도착과 동시에 카운터에서 커피를 받아 2층 자리로 직행하는 것이다. 얼마나 부드럽고 효율적인 진행인가. 그러나 늘 그렇듯 계획이 생각대로 되지는 않으려나 보다. 카페에 들어서니 그제야 직원이 커피를 내리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아 계획은 틀어진 듯하고 괜히 마음만 초조하다. 눈 둘데가 없어 진열대의 텀블러와 티셋을 구경하지만 여전히 커피는 제조 중이다. '2층으로 올라가서 기다릴까?' '아! 왜 빨리 안 나오지?' 이번에는 쇼케이스의 케익과 빵을 하나씩 살피며 카운터 너머 직원의 움직임도 여러 번 흘깃거린다. 슬슬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이럴 거면 가방도 무거운데 2층에서 기다렸다 완료 문자가 오면 내려올걸.' 하루 시작부터 머릿속이 복잡해지면서 짜증도 덩달아 한 단계씩 올라가고 있다.

아! 드디어 라떼가 나왔다. 이런! 그런데 비주얼이 이상하다. 크림이 뭉개져서 믹스커피 색깔인데다 거머진 컵의 온도마저 미지근하다. 자리에 앉아 맛본 커피가 평소보다 훨씬 못한 것을 보니 조급하게 기다리는 손님을 의식해서 직원분도 커피에 집중이 안 되었나 보다. 갑자기 뒷머리가 찌릿하며 후회가 밀려온다. ' 이게 뭐람, 난 왜 시간도 많은데. 카페 도착, 커피 받기, 자리 앉기를 딱딱 맞추려고 했지?'


불필요한 욕심이 초조함에서 나오는 짜증과 맛없는 커피를 불러왔다. 스피디하게 하루를 시작하려 했는데 속도는 마음속에서만 작동했고 현실은 조바심과 식은 커피였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조금 전까지 조급했던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본다. 세월과 바꾸어 어렵게 따낸 선물 같은 시간을 누리는 것에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바쁜 내가 보인다. 거리를 걸으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여유와 커피 정도는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자꾸 잊어버린다.

작가의 이전글치앙마이에서 달리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