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보는 세상
그동안
말없이 걷기만 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주위에서 들리는
소리도 무시한 채.
그렇게 걷기만 하다 보니
불현듯 고개를 들고 싶어도
들리지 않는다.
주위 사람이 하는 말에
반응하고 싶어도
반응할 수 없었다.
그냥 걷는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난 왜 걷는 거지?"
그랬다.
난 내가 왜 걷고 있는지 몰랐다.
이유도...
원인도...
그 무엇도...
아무것도 모르겠다.
내가 왜 걷고 있고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서인지
솔직히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싶었다.
"안돼!!! 그러면 안돼!!!"
갑자기 누군가 소리친다.
누굴까?
날 향해 소리치는 자는...
그 말을 들어서 그런 건지
망설여진다.
고개를 돌려야 하나?
아니면 말아야 하나?
앞을 바라보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난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건가?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은
내가 목표했던 길인가?
아니면 그냥 관성인가?
모르겠다.
한 발...
또다시 한 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전처럼 걷는다.
난 왜 이 길을 걷는가?
이 길의 끝에는 무엇이 날 기다리는가?
여기서 멈춰야 하는 건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곳으로 계속 가야 하나?
여긴 어딘가?
왜 난 멈추지 못하는가?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내가 알고 싶은 답을 찾으려면
난
얼마나 더 걸어야 하는 걸까?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걷고 있을 뿐.
그래 그냥 걷고 있다.
아무 이유도
어떤 목적도 없이.
그게 내가 이 길을 걷는
이유이자 목적이 되었다.
난 자유로운가?
아니면 이 길에 속박되었나?
모르겠다.
모르겠다고...
질문도 없고
당연히 답도 없다.
그냥 걷는다.
하지만 알고 싶다.
내게 남겨진 시간 동안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