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밤.

시로 보는 세상

by 맑고 투명한 날

똑똑똑.


창문을 두드리는 노크소리.

모두가 잠든 시간

누가 날 찾아온 걸까?


후드드득.


창문을 여니

엄청난 빗방울이

바닥을 향해 하강한다.


멀리

흐릿한 네온사인이 보인다.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도

거리에는

술에 취해 비틀 거리는 사람들 천지네.


모두 사는 게 힘든가...


생존이라는 치열한 고통을

망각하기 위해

과거의 나처럼 술을 마시나.


그들에게는

얼마의 망각이 필요했기에

이런 폭우에도 술을 마시고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해

비가 고인 바닥에

여러 번 쓰러진다.


그러고 보니

우산도 없이 비를 맞는다.


처음부터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건지

아니면

가져왔던 우산을 잃어버린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대책 없이 쏟아지는

비를 그냥 맞는다.


그들은 술에 취해

함께 비틀거리며

의형제라도 맺은 것인지

어깨동무한 손은 놓지 않는다.


그들의 입에선 흥겨운 유행가 대신.

세상을 향한 처절한 저주와

알지도 못하는 자들의

이름과 직책을 소리치며

세상 사람들을 향해

목구멍에서 피가 나올 듯이 절규한다.


그래

누구에게나 이 세상은

살기 힘든 세상이긴 하지.


취객에게

이름이 불려지는 그들도

과거에는 지금의 그들처럼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세상을 저주했으리라.


비가 내린다.


덕분에 거리에 더러운 오물이

모두 쓸려 나간다.


나에게 저런 인간만사를 보여주려고

비는 내 창문을

그렇게나

다급하게 두드렸나 보다.


취객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제 창문을 닫는다.


텅 빈 거리에는

쏟아지는 빗방울 소리만 요란하다.


비 내리는 밤.

세상 구경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똑똑똑...


비는

닫힌 내 창문을

또다시

다급하게 두드린다.


"이제 그만해. 이것으로 충분하잖아."


비 내리는 밤.


나에게 또 무엇을 보여주려고

또다시 다급하게 부르는 것일까.


비의 노크 소리 때문에

잠을 쉽게 못 이루는 밤이다.


그렇게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고

내 마음도 함께 내린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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