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했던 너와의 약속은 어느새 깨어지고...

시로 보는 세상

by 맑고 투명한 날

나른한 오후.


내가 전혀 원하지 않는

졸음이 자꾸 밀려온다.


이젠 졸음을 쫓기 위해

습관처럼 굳어진 커피 한잔.


하지만 이상하게

커피는 날 더욱 지치게 만든다.


그런 널 바라본다.


커피는 아편일까?

아니면

마약인가?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지만

난 익숙한 루틴처럼 또다시 널 찾는다.


그래... 난 너에게 이미 심하게 중독되었다.


널 절대 거역할 수 없을 만큼.

어느새 물보다 널 더 많이 마시게 되었다.


술에 취하듯 난 너에게 취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지 않을 뿐.

하루라도...

아니 단, 한 순간이라도

널 마시지 않으면

극도의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난 느끼게 되었다.

너란 존재의 위대함을...


하루에 딱 5잔만...

아니 3잔만 마시겠다고 다짐했는데...


안 되겠다.


흐리멍덩한 정신으로는

절대 집중할 수 없다.


날카롭고 예리하게

내 머리를 다듬어야 하니까.


넌 칼을 가는 숫돌처럼

내 머릿속을 각성시킨다.


네가 나의 몸속에 들어오면

내 몸은 널 한없이 반긴다.


아주 잠시 동안만...


네가 잠시 내게 주었던

그 참을 수 없는 짜릿한 흥분은


한 번에 모두 타버린 커다란 불꽃처럼

커다란 아쉬움만 남긴다.


잠시 후

너로 인해 생길

더 많은 자극을 기대하며

널 또 마시게 된다.


이젠 건강을 생각해서

다신 널 찾지 않을 거야...


이렇게 굳게 다짐해 보았지만.

모두 물거품처럼 허망하게 사라진다.


내가 굳게 했던

너와의 약속은 어느새 깨어지고...


난 지구상에 존재하는 숫자로는

절대 셀 수도 없을 만큼


... 거짓말쟁이가 되었다.


그래 난 거짓말을 했다.

지키지도 못할...


하지만 난 잘 안다.

바로 이 순간이 지나고 나면

또 널 찾을 거란 걸.


널 향한 이 엄청난 갈증은

죽기 전까진 절대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난 또다시 널 외면하려 하지만

그건 또 다른 거짓말을 부를 뿐.


이젠 인정해야 하는데

인정할 수 없다.


그래서 오늘 난.

또다시

의미 없는 다짐을 하고

실없는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난 널 좋아하지 않아..

난 절대 널 사랑하지 않는다고...


거짓말...

거짓말이야...


모두 거짓말이라고...


그때.

새로운 커피믹스가

괴로워하는 날 보며 심하게 비웃는다.


새로운 커피믹스여

날 비웃지 마라.


넌 그 비웃음의 대가를 바로 치르게 될 테니까.


난 너의 옷을 거칠게 찢고

그대로 커다란 컵에 넣은 후

아주 뜨거운 물로

널 고통스럽게 할 것이다.


거기다 너의 산산이 부서진 몸뚱이를

더욱 고통스럽게 하기 위해

티스푼으로 마구 휘저을 것이다.


그리고 블랙홀 같은

목구멍 깊은 곳으로 널 강제로 밀어 넣고는

내 뱃속에 영원히 가두어 놓을 것이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널 향한 나의 엄청난 집착.

미련이 모두 사라지고 나면


그때 해우소에서

넌 영원한 자유를 얻게 되리라.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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