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시로 보는 인생

by 맑고 투명한 날

이 세상에

무언가를 남긴다는 것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원치 않는 선물을 받듯

강제로 부여받은

내 인생


그 인생이

차곡차곡 쌓이니

커다란 산이 되었다.


생각도 못했다.


이렇게 많은 것이

내 흔적으로 남았다는 게.


앞으로 얼마나 많은

나의 흔적들이

또 쌓여갈까.


내가

이 세상과

영원한 작별을 고하고 난 뒤.


나로 인해 남은 흔적들은

세상에 남은 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줄까?


쓰레기...


아님


보물...


하지만

둘 다 아니다.


아무 의미가 없다.

그저 나에게만 의미가 있었을 뿐.


잠시 허락된 인생에 부여된

시간의 영수증처럼

남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내 흔적이 지금 또 쌓인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렇게

남은 나의 흔적은

이 세상에 남겨진 자들에게

과거에 나란 존재가 있었다는 걸

말없이 알려주겠지.


하지만 이젠

이런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다.


나란 존재는

잠시 이 세상에 왔다가

다시 사라지는

바람 같은 존재.


바람은

가볍지 못하면

멀리 가지 못한다.


그 바람에

원치 않는 흔적들이 쌓여

무거워지면

바람은 사라진다.


난 바람처럼

가벼워야 할 존재


이 세상을

잠시 거쳐갔다는

쓸모없는 흔적들은

이제 그만.


그래서

내가 세상에

남겨놓은 흔적들을

모두 불태워 버릴 것이다.


태양처럼 활활 타올라라...


아무것도 남지 않게


흔적의 무게로

괴로워하지 말고

바람처럼 가볍게

유유자적 세상을 여행하리라.


흔적은 인생의 족쇄일 뿐.


남겨진 흔적을 부여잡고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그냥 바람이었던 것처럼.

내 인생에는

아무 흔적조차 남기지 않으리라.


아무 흔적조차...


아무것도...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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