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따라 마음 따라
사람은 살기 위해 먹고 마셔야 합니다.
그리고 치부가 드러나 부끄러움을 가지지 않도록
몸을 가릴 옷도 필요하고요.
당연히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주거 공간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사람이라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안정적인 수입을 발생하게 할
생업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기에 안정적인 직업은
보통의 사람이라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꼭 가져야만 할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됩니다.
그런데 사람이 가진 수많은 직업 중에는
작가란 직업이 있습니다.
그런데 작가도 사람이니까.
당연히 경제생활을 해서
생존을 이어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극소수의 인기 작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작가들은
순수하게 작품활동만으로는
절대로 인간다운 생존을 계속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창작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
지금은 그것이
현존하는 작가의 유일한 생존 덕목이 되었습니다.
그럼 왜 이렇게
창작 활동만으로는 작가의 안정적인 삶이 힘들까요?
그거야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굉장히 불규칙한 소득 때문일 겁니다.
정말 가뭄에 콩 나듯이
작품을 계약하거나
인세를 받는 게
수입의 대부분인 작가로서는
생존을 위해
필연적으로 부업을 강요받습니다.
때때로 그 생존을 위한 부업이
갑자기 작가의 생업으로
둔갑해 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그러니까
작가님이 조금 유명해지면
그 명성을 이용해
작품 활동보다는 글쓰기 강좌 같은 걸 열어
돈을 벌려고 혈안이 되는 겁니다.
그나마 이런 강연은
작가로서의 인기만 유지되면
제법 꾸준하게 돈이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이건 꼭 작가만 그런 게 아니라.
거의 모든 영역에서 그렇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유명세를 제법 치른 작가들에게나 가능한 이야기지
아무런 명성도 얻지 못한 작가는 모든 것이 다 그림의 떡입니다.
누가 공식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자의 방법을
돈을 내면서까지 듣고 싶어 하겠습니까.
그래서 여러 가지로 창작은 고통스러운 겁니다.
강남에 빌딩 여러 채를 가지고 있어
월세로만 한 달에 수천만 원을 받고
그 많은 돈으로 심심하면 해외여행에
맛집이라고 소문나면 꼭 찾아가 맛을 보고
전국 어디 어디가 좋다고 소문나면
꼭 찾아가는 그런 행복한 삶은
작가들에게 절대 어울리지 않는 삶입니다.
작품이 대박 나 돈이 많아지면
나도 그렇게 해야 지란 생각을 할 수는 있는데요.
하루 종일 나의 모든 것을 갈아 넣어도 될까 말까 한 창작인데
돈이 좀 있다고 해도 작품에 투자하는 시간이 항상 부족하기 때문에
돈이 많아도 작품을 제대로 쓰려면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도 전 돈이 아주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최소한 돈 때문에 마음 상하는 일은 없도록 말입니다.
아주 미천하지만
제가 경험한 작가라는 직업은요.
어렵게 어찌어찌 계약을 한다 해도
어렵게 쓴 작품에 상업성이 없으면
즉, 잘 팔릴 것 같지 않으면 그걸 막으려고
퇴고 수준이 아니라 그걸 넘어선
아주 엄청난 고쳐쓰기를 하는데요.
그 수준이 거의 새로운 작품을 여러 개 창작하는 수준으로
한 두 번도 아니고 수정했던 것을 하고하고 또 하고.
결국 나중에 가면
이게 내가 처음 의도한 작품이 맞나
아니면 옆에서 수정의 방향을 제시하던
내 담당 pd의 작품인가
헷갈리는 시점까지 오게 됩니다.
그래도 잘 팔릴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맞을 수도 있을 겁니다.
아주 어렵게 어렵게 책을 내시고도
책 출간과 동시에
그대로 깊은 심해에 파묻히는 작품이 대다수니까요.
그렇게 여러 사람이 출간을 위해 죽기 살기로 달라붙어도
팔리지 않는 작품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그러다 보면 점점 힘이 빠지고
내가 진정 원하고
내가 진정 여러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귀를 열고 눈을 뜨고
들어줄 사람들은 점점 찾기가 힘들어집니다.
물론 그렇게 돌아앉은 사람도
내 작품에 열광하게 만들 수 있는
엄청난 필력만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그래서일까요.
저부터도 순수 문학에 대한 인풋은
요즘 거의 전무 해지고 있으니까요.
지금은 조금 뜨면
돈이 제법 되는 웹소설로
눈길을 돌렸는데요.
그것도 매일매일 유료 독자들 눈치를 봐가면서
단기간에 엄청난 양을 매우 질 높은 수준으로 써내야 합니다.
제가 아는 작가분 중에
도저히 이렇게는 살 수가 없다고
웹소설을 쓰신 분이 계십니다.
물론 주위에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그랬는지
자신이 웹소설을 쓴다는 그런 말은 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글을 쓰다가
공장식으로 작품을 찍어 내야 하는 시스템이 너무 힘들어서
주위 작가분에게 하소연도 하고
그러다 그분이 웹소설을 쓰는 걸 다른 작가님들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현대판타지 작품을 3질 쓰시고 그만두셨는데요.
웹소설 쓰면서 돈도 제법 많이 번 걸로 알고 있는데
도저히 이런 글은 더 이상 쓰고 싶지 않다고...
지금은 완벽하게 그만두고
순수 문학만 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다들 그렇게 삽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걸 꼭 체험해 봐야
나중에 가서는
하나에 집중해도 성공하기 힘들다는 걸 말입니다.
그건 작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거의 전 직업에 걸쳐 그렇지요.
그러니까 창작의 영역에 인공지능의 침공은
매우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겁니다.
돈을 벌어야 하는데
부업을 하면 필연적으로
좋은 글을 쓰는데 필요한 시간이
엄청나게 부족해집니다.
글을 쓰기 위한 기본 정보를 조사하거나
플롯이나 스토리 구상 등...
이런 건 그냥 하늘에서
영감이 뚝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엄청난 독서를 통해 작품에서 받은 깊은 감명을 발전시켜
마음속 깊은 곳에서
뭔가 나도 이런 멋진 작품을 쓰고 싶은 마음을 내고
잘 정제된 좋은 글을 쏟아내야겠다는
설명 불가한 것이 단전 깊은 곳에서
불덩이처럼 꿈틀거려야 하는데요.
없습니다.
웹소설을 쓰기 시작하면
그냥 하루하루 무언가에 쫓기듯 마감을 쳐야 하고
퇴고하는 시간조차 사치에
그렇게 잔뜩 써놓은 글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정말 처참하기 그지없는 수준.
하지만 이걸 멈추는 순간.
원하는 돈을 벌며 글을 써서 먹고 산다는 건
그야말로 완벽하게 포기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번역서도 쓰고
인맥을 이용해 책을 쓰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요샌 그딴 게 어디 있습니까?
거기다 책을 팔려고 온갖 마케팅을 해도
워낙 책을 읽는 사람이 귀한 나라이니
순수 문학 창작 활동으로 돈을 버는 건 더더욱 힘듭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글을 쓰겠다고 했을 때
취미로는 괜찮지만
직업으로는 절대 안 된다고
아주 진지하게 말렸던 분의 말이 떠 오릅니다.
그땐 젊은 객기로
정말 다시는 그분을 안 보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었는데
지금 보니 그분의 말씀은 미래를 보는 엄청난
혜안이 가득 담긴 말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
네 주제를 알고 처신해라.
황새가 뱁새 쫓아가다가 가랑이뿐만 아니라 골반도 틀어진다.
병신 새끼... 지가 뭐 엄청 대단한 줄 알아. 너보다 뛰어난 사람도 성공을 못하는 사람이 길거리에 천지인 세상인데. 니까짓게 뭐 대단하다고.
그냥 남들이 하는 거나 하면서 평범하게 밥 먹고 살아.
맞습니다.
남들과 다른 삶을 살려면 고생을 각오해야 합니다.
그 고생은 인내하기 힘든 정도가 아니라
그냥 죽고 싶을 정도의 인내를 말합니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 중에서
왜 저런 사람이 작가로서의
활동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건 이런 길이 옆에서 보며 직접 경험하지 않고
단순한 생각만으로는 영원히 알 수 없을 정도로
절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반대로 이런 경우도 있는 겁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주위의 격렬한 반대에도
한번 해보자 해서 뛰어들면
아주 극소수이긴 하지만
의외로 성공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걸 보면
너무 많이 아는 게
어떨 때는 독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아는 것, 그것도 보통 사람보다는
아주 많이 아는 게 절대적인 힘입니다.
영국의 철학자인 프랜시스 베이컨의 이 말은
창작자라면 반박 불가한 절대적으로 옳은 말입니다.
그래서 아는 게 없는 사람이
무언가 글을 끄적이면
어리석은 사람들을 혹세무민이나 하면서
근거도 없이 우기기나 하는 최악의 졸작을 쓰게 됩니다.
모르겠습니다.
하루하루 죽기 살기로
험난한 창작의 길을 가시는 작가님들이 많으신데
아직 새발의 피도 안 되는 수준의 제가
이딴 말을 하는 게 옳은 건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
오늘은 2026년 2월 8일 일요일.
점심을 먹고 나른한 오후를 즐기고 싶은데
너무 추워서 그런지
마음만 추위에 떠는 게 아니라
생각도 동장군의 위세에 질려 쪼그라드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연히 저도 행복한 삶을 살구요. ㅎㅎㅎ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열었더니
정말 얼어 죽을 정도로 춥네요.
건강 꼭 유의하세요.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