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따라 마음 따라
인간은 세상에 왜 태어났을까요?
저도 인간이니까
저 또한 이런 범주의 질문에 포함되겠네요.
그럼 다시 저에게 묻겠습니다.
난 왜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난 무엇이었나?
나에게 주어진 생명이 다해
삶에서 추방당한 후에는 난 무엇이 되는 건가?
답이 없거나
아니면 답이 너무 많거나.
뭐 둘 중 하나이겠죠.
그럼 답이 없다고 한다면 더 이상 이어서 할 말이 없으니
답이 너무 많다는 것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보겠습니다.
음...
그건 종족보존이 아닐까 합니다.
종족보존이라...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 보면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은
나에게 생명을 이어 준 이들을 위해서라도
후대에 내가 받은 것처럼
생명을 이어 줄 의무와 책임을 가진 그런 존재일 겁니다.
인간이니까 당연히 유성생식을 해야 하고
우린 이성에게 잘 보여 상대에게 선택되고
결혼이라는 의식을 통해
성공적인 짝짓기를 해야만 합니다.
맞아요. 짝짓기.
해파리처럼 영원히 죽지 않는 사이클을 가지지 못한 인간이니까.
우린 이성에게 잘 보여야 하고 그래서 짝짓기에 성공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 세상에 나란 존재가 완전히 사라진 후.
새로운 생명으로 후대를 이을 존재를 만들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럼 나란 존재는
생명과 생명을 연결해 주도록 설계된 일종의 바통 같은 존재인가요?
모르겠습니다.
그건 솔직히 잘 모르겠고요.
어찌 되었건 저도 이런 의무와 책무를 가진 존재이니까.
이성에게 잘 보여 선택받고
그 선택 후에 제대로 된 짝짓기를 통해
나의 DNA를 왕창 물려줄 새 생명을 만들어야 하겠지요.
그럼 이성에게 잘 보여야 합니다.
영화도 같이 보고 밥도 같이 먹고
가끔 부리는 엄청난 히스테리도 잘 견뎌야 합니다.
물론 요즘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돈이겠지요.
돈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면 물질적 풍요를 보장할 수 있으니까요.
반대로 말하자면
아무리 이성에게 잘 보이려고 해도 돈이 없다면
영화를 보고 밥을 같이 먹어도
절대 이성에게 선택받을 수 없을 겁니다.
그래서 고급 명품 시계와 옷을 입고 비싼 외제차를 타며
관리비로만 평균적으로 한 달에 400만 원을 넘는다는
시그니엘 같은 집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네요. ㅎㅎㅎ
참 어렵습니다.
제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DNA를
후대에 함께 물려줄 상대방을 만들고
선택받는 게 이렇게나 어렵다니요.
뭐 능력이 안된다면
제 DNA도 자연스럽게 용도폐기 되겠네요. ㅎㅎㅎ
참 어렵습니다.
이성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리고
늙음 이후에
자연스럽게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
이게 뜻대로 되기가 힘드네요.
또 모르죠.
미래에는 제 DNA가 사람이 아닌
휴머노이드 로봇에 탑재되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을지도요. ㅎㅎㅎ
이런저런 망상을 하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산다는 건
어떻게 보면 참 쉬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굉장히 힘이 듭니다.
하루하루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은데
그게 뜻대로 잘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의미 있는 삶이라...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진짜 의미 있는 삶이란 것이 뭔지.
제 DNA가 용도 폐기 되지 않고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수밖에요.
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참 우울한 밤입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