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따라 마음 따라
오늘은 2026년 2월 4일 수요일.
봄이 온다는 입춘입니다.
2026년 12개월 중 벌써 1월이 끝났고 이제 11개의 달만 남았네요. 올해는 연초부터 흐리멍덩한 정신 상태로 절대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는데 어어 하다 보니. 벌써 2월이고 거기다 오늘은 겨울이 가고 봄이 온다는 입춘입니다. 하루하루가 빨라도 너무 빨리 가고 있습니다. 제게 남은 생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는데 생각도 없고 목표를 성취하려는 강한 동기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왜 이러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건 바로 나태함 때문입니다. 그럼 왜 나태함이 생겼을까요? 그건 바로 나 아닌 다른 존재에게 의존하는 습성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러고 보니 전 다른 존재에게 너무 심할 정도로 의지하고 있었습니다. 가족에게 의존하고 세상에 의존하고 부처님이나 관세음보살님 같은 마음의 안식처에 굉장히 심할 정도로 의존하고 있는 겁니다. 의존하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제가 생각해도 그 의존의 정도가 너무 심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심신을 나 스스로의 판단이 아닌 가족이나 부처님이나 관음보살에게 의존하는 삶. 맞습니다. 그게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내가 아닌 거짓 존재가 진정한 날 밀어내고 가짜 존재가 마치 진정한 나인 것처럼 행세하도록 방치한 업보인 겁니다. 예전에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殺佛殺祖)."
이 말은 당나라 시대 임제 의현 선사의 '임제록'에 나오는 선불교의 핵심 가르침으로, 그 어떤 권위나 고정관념, 외부 대상에 집착하지 말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참모습을 찾으라는 뜻입니다. 이는 부처나 조사 같은 성스러운 존재조차도 내 안에 깨달음을 가로막는 대상이라면 타파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자립의 철학입니다.
- 핵심 의미와 배경-
부처나 조사(스승)를 실제로 죽이라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형성된 부처라는 '상(相, 고정관념/형상)'에 집착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부처님께 절하고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부처가 되어야 한다는 '자기 주도적'인 깨달음을 강조합니다.
외부의 가르침이나 권위(부처/조사)에 의존하는 마음조차 버려야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무소유(無所有)'의 정신입니다.
이 가르침은 궁극적으로 부처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곧 부처임을 깨닫는, 진정한 자유와 독립을 보여줍니다.
그 당시에는 참으로 놀라운 말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불교를 믿는 자가 부처를 죽이고 후대 불교를 더욱 융성하게 발전시킨 조사들을 죽이라니... 하지만 이젠 그 뜻을 아주 정확하게 알겠습니다.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말입니다. 그땐 머리로는 알 것 같았지만 솔직히 가슴으로는 전혀 받아들이지 못했는데요. 오늘날이 되어서야 그 뜻의 진정한 의미를 알 게 되었습니다. 전 가급적 외출을 하지 않고 거의 집에 머무르는 시간의 대부분을 책상에 앉아 하루 종일 남이 쓴 글을 읽고 나의 글을 쓰다 보니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노는 입에 염불 하기"라는 속담처럼 방에서 헤드폰을 끼고 하루 종일 스님의 관음 정근을 들으며 일이나 인터넷을 하다 보니 정신이 몽롱해지고 집중이 잘 안 된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한 번에 하나의 일만 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귀로는 관음 정근을 하루 종일 듣고 눈으로는 글과 영상을 보다 보니 이도저도 아닌 아주 이상한 정신 상태가 되었다는 겁니다. 물론 관음 정근을 들으며 마음의 평화를 얻기는 했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지금까지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절 내몰았다는 겁니다. 예전 법문을 하시던 스님께서는 "항상 순간순간에 집중하라!"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을 아주 오래전에 듣고서도 지금까지 제대로 따르지 않은 겁니다. 그럼 그동안 전 왜 이렇게 했을까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주 간단합니다. 현재의 삶이 불안정하고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해 좋은 뜻으로 시작한 것이 관성처럼 굳어져 결국 관음정근에 의존하는 노예의 삶을 살게 된 겁니다. 부처님의 가장 큰 가르침은 이것입니다.
그런데 전 그런 가르침을 벗어나 관음 정근의 노예로 산 겁니다. 물론 관음 정근을 하루 종일 듣는 것이 나쁜 건 아니지만. 진정한 나를 잃어버렸다는 점에서 그리고 의존적인 삶을 살게 되었다는 점에선 잘못된 겁니다. 맑은 정신으로 일을 하고 하나에 집중해야 하는데 전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건 또 왜 그랬을까요? 답은 아주 간단합니다. 한정된 시간에 여러 일을 동시에 하려는 욕심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모든 것이 욕심입니다. 제대로 된 하나도 성취하지 못하면서 두 개, 세 개. 아니 그 이상을 동시에 성취하려는 못된 욕심. 날카롭지 못한 송곳은 얇은 종이도 뚫을 수 없는데 전 집중해야 할 때 집중하지 못하고 분산되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겁니다.
살불살조...
그렇습니다. 전 지금 당장 이렇게 해야 합니다. 끝을 알 수 없는 저의 헛된 욕심을 죽이고 너무 분산되어 흐리멍덩한 정신을 최대한 집중해야 합니다. 그것이 부처께서 말씀하신 진정한 불자의 삶인 겁니다. 그것을 방해하면 그 존재가 무엇이 되었든 철저하게 배척해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뿐인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있으니까요. 우선 헤드폰을 벗어 번잡한 소리에서 내 귀를 해방시켰습니다. 그렇게 고요함이 찾아드니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지금 상태에서 제가 걱정하는 문제가 신경 쓴다고 해서 바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인데 너무 조급 했습니다. 잠을 잘 때 관음 정근을 듣고 깨어 있을 땐. 제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니 좋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동안 전 주체적으로 삶을 사는 게 아니라. 관음 정근에 의존해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나 아닌 다른 무언가에 의존하는 노예의 삶을 산 겁니다.
하아...
부처님을 믿고 따르는 불자라는 놈이 부처님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을 철저하게 반대로 행하고 있었다니... 이제라도 정신을 차렸으니 다행입니다. 흔한 것은 소중하지 않다... 맞습니다. 전 소중히 다뤄야 할 나 자신을 그동안 너무 막 대한 겁니다. 자학을 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과잉된 자신감을 가지는 것도 좋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것에도 저것에도 치우침 없는 중도를 지켜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네요. ㅎㅎㅎ 이제 제 상태를 깨달았으니 이 방향으로 주욱 나가야 합니다. 내 인생을 나답게 살지 못하게 하는 건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전부 타파해야겠습니다. 오늘이 입춘인데도 날씨가 너무 춥네요.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