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2월도 반이 가 버렸습니다.

인생 이야기

by 맑고 투명한 날

2026년 올해의 2월은 28일까지만 있습니다.

2월이야 원래 만들어진 달력에선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로마 황제의 생일이 7월과 8월에 있어 억지로 하루씩 빼앗기는 바람에

매우 억울했지만 다른 달에 비해 유독 날이 적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렇게 적은 날들도 이제 반이 지난 겁니다.


저번주까지만 해도 몹시 춥던 날씨는

이제 영상의 날씨를 기록했고

지금은 영상 9도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따뜻합니다.

원래 영상 9도라면 추위를 느낄 온도지만

혹독한 영하의 날씨를 경험해서인지

이 온도가 너무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세상은 언제나 그렇지만

항상 상대적입니다.


제가 아는 사람은

시간이 너무 늦게 흘러가 괴롭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의 시간은

너무 빨리 흐르고 있습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삶이 고단하고 힘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군대나 감옥에 있는 사람들은

지나칠 정도로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고 하지요.


물론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에게 불편하고 피하고 싶은 곳에선

이상할 정도로 시간은 늦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건 삶이 행복하고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상대와 함께 술을 마시거나 데이트를 하게 되면

벌써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됩니다.


그래서 너무 아쉽고 당연히 더 함께 있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고 헤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저의 시간은 빠르게 흐릅니다.

그럼 저의 인생은 매우 즐겁다는 이야기인데...


전 왜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 걸까요?


그건 아마도 제가 생각했던 방향으로 인생이 흐르지 못하기 때문일 겁니다.

제가 바라고 원하는 방향은 아니기에

저의 시간은 그 누구보다 빠르게 흐르는데도 불구하고

행복하지 않습니다.


우린 이걸 한마디로 이렇게 부릅니다.


변덕...


맞습니다.

전 지금 변덕을 부리고 있는 겁니다.

행복하라고 판을 깔아 주는데

전 그 판 위에 서서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겁니다.


그럼 뭔가요?


저의 삶과 인생은 사실 너무나 행복한 건데

나 스스로가 행복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건가요.


이건 마치 방금 전 밥을 많이 먹어 배가 부른데

다른 의미로는 오랫동안 굶었다고 생각해

배가 고프다고 느끼는 그런 이율배반적인 건가요?


배는 부른데 생각은 그렇지 못하다?


모르겠습니다.

뭔가 설명하기 곤란하고

해서도 안 되는 그런 느낌입니다.


인생은 흐르고

제게 허락된 오늘 하루의 삶이 이렇게 허무하게 소비됩니다.


값어치를 따질 수 없는 나만의 인생은

길바닥에 쏟아지는 물처럼 가치를 상실하고 있습니다.


원인을 알아야 고칠 수 있는데

그 원인을 모르겠습니다.


아니 그 원인이 뭔지 너무 잘 알면서도

사실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는 겁니다.


맞습니다.

그게 인생입니다.


그냥 대충.

이유를 따지지 말고

하루하루 주어진 시간을

그냥 보람 있게 보냈다는 착각을 하라고

스스로에게 가스라이팅을 합니다.


모르겠습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해야 하는 이유를.


내일이 되면 또 이런 시간 타령이나 하려나요?


같은 실수를 계속해서 반복하면

그건 실수가 아니라 합니다.


실력이 없는 거지요.

인생을 제대로 살아갈 실력.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자포자기하거나 하진 않을 겁니다.


그건 정말 너무 비참하고

내 소중한 인생을 알지도 못하는 남에게 맡겨

무가치하게 만드는 것이니까요.


결국 내 손에 쥐어진 것만 보아야 합니다.

남이 가진 것들에 자꾸 눈이 돌아가니까.


그 비교하는 마음.

무엇인가를 자꾸만 분별하는 마음이

절 괴롭게 하는 겁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의 날 인정하는 것.


그것이 날 행복하게 하는 첩경일 겁니다.


아무리 방법을 알아도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겠지요.


당장 창문을 열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얼굴을 맡깁니다.


삶은 흐르고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인생이 어떤 건지 그동안 수많은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으면서도

아직도 그 본질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그냥 행복하면 됩니다.

행복에는 이유나 조건 따위는 필요 없으니까요.


그냥 내가 행복하면 그만입니다.

남의 눈치나 세상의 이목도 다 불필요합니다.


그냥 나 자신이 행복하면 그만입니다.

그렇습니다.


행복하면 그만입니다.

내가 가진 행복의 기준이 너무 높기 때문에

자꾸 기준에 미달하니까

스스로를 학대하는 겁니다.


자학해서 얻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알 수 없는 죄책감에서 벗어나려고

스스로를 지옥에 몰아넣고 다그칩니다.


사실 나는 없습니다.

그래서 날 가둘 지옥도 없습니다.

그러니 죄책감 따위는 느낄 필요도 없는 겁니다.

날 괴롭힐 나도 없고 대상이 될 나도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결국 난 없는 겁니다.


행복하지 않다고 징징거리는 난

사실 없는 겁니다.


작은 행복이 쌓여 큰 행복이 되는 건데

한방에 큰 행복을 바라서 이렇게 힘든 겁니다.


이제 알았으니 그걸 소중하게 보존해야겠습니다.

원래 행복한 거였고

그 행복은 그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었습니다.


그게 신이라 불리는 자라도요.


나 스스로가 소중히 여기지 않는 행복은

그 누구도 소중히 여기지 않으니까.


작은 행복이 가득하고

조금 건강해도 괜찮습니다.


자신에게 너그러워진다고 해서 그게 잘못은 아니니까요.

지금까지 버텨준 나의 소중한 몸에게 감사하다고 말해야겠습니다.


그렇게 이 세상은 소중한 것들로 가득 차 있고

그 구성원인 나도 당연히 소중한 겁니다.


그래서 소중한 난 행복한 거고

그래서 내가 느끼는 시간은 빠른 거였습니다.


참 행복한 결론입니다.


나른한 오후에 커피를 마시며

행복에 겨워 글을 씁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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