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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르고 푸른 날 Dec 03. 2024

은행을 다녀오다가...

사람 사는 이야기

날이 추워서 그런지 밖에 나가기 너무 싫다.

하지만 은행 업무를 봐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가야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은행이 가까운 곳에 위치해 

왕복하는 시간이 얼마 안 걸린다는 것 정도.


대부분의 은행 업무는 인터넷 뱅킹으로 처리하는데.

어쩌다 이렇게 현금을 입금해야 할 때는

엄청 귀찮지만 어쩔 수 없이 은행까지 왕복해야 한다.


그렇게 은행을 향해 가는데

한 노인분이 종종 걸음으로 길을 걷는 게 보였다.


목도리에 장갑에 두꺼운 털모자까지.

날이 추우니 저렇게 완전무장하는 게 이해는 되는데.


문제는 아무리 봐도 

혼자 이렇게 밖을 돌아다닐 정도의 

온전한 정신의 소유자는 아닌 걸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길을 계속해서 왔다갔다 하는데.

이건 분명 정상적인 행동은 아니었다.

 

90살이 가까워지는 부모님이 내게도 계셔서 그런지.

자꾸 그 분의 행동이 신경 쓰였고

내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그 분이 자기 집에는 아무 말 없이 가출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노인들은 종종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집을 나가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나의 부모님도 예외는 아니었기에 

그 분이 더욱 신경 쓰이는 순간.


키 크고 잘 생긴 남자 대학생이 

그 분에게 다가가는 게 보였다.


집이 어딘지.

왜 여기 혼자 있는지.


내가 묻고 싶은 것들을 물을 뒤.

할머니가 제 정신이 아닌 것을 확인하고는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경찰서 지구대로 모시고 가는 게 보였다.


그걸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는 것.


그리고 째 

나란 존재는 적극적으로 남에게 도움을 주는 행동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걸 확인 했다는 거였다. 


아무리 마음에 좋은 뜻을 품고 있으면 뭐하나

남의 도움이 절실할 때 

이러저런 눈치나 보고 각이나 재고 있는데.


사실 위치상 그 남자 대학생보다 

내가 먼저 할머니를 도울 수도 있었지만.


난 그러지 못했다.

아니 안 한 거겠지.


왜냐, 괜히 그 할머니와 엮이면 귀찮을까봐.


그래 난 그런 사람이다.


속으론 은행 업무가 먼저라고 생각했지.

솔직히 따지고 보면 은행 업무가 그리 바쁜 것도 아닌데.


내 주변 사람들 보고는 착하게 살고. 

남을 돕고 살라고 하면서

정작 나 자신은 이런 결정적인 순간.

전혀 그런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


반성이 많이 되는 하루다.


하지만 다음에도 이런 일이 생기면 

남을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설 수 있을까?


못하겠지...


왜냐고?

연습이 안되어 있으니까.


친절과 봉사에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누군가의 말이 오늘 따라 절실하게 와 닿는다.


왜 난 그때, 결정적인 순간 밍기적 거렸을까?

반성하자.


만약 그 할머니가 내 어머님이었다면

이렇게 주저하지 않았을텐데...


모르겠다.

무분별한 자아비판은 여기까지...

은행 업무나 제대로 끝내자고...ㅎㅎㅎ


가만보면 난 스스로를 무척 피곤하게 만드는 스타일이다. ㅎㅎㅎ

이런들 어떠하리..저런들 어떠하리..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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