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일의 연장선에서 찾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란 말이 맞네요.
대기업이라는 거대한 울타리 안에서 35년이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마지막 순간은 많은 분들의 따뜻한 축하와 세심한 배려가 함께한 아름다운 커튼콜이었습니다. 치열했던 생존과 성장의 나날들, 탄탄한 내부 시스템, 그리고 너무나 익숙한 동료들을 뒤로하고 정년퇴직이라는 마침표를 찍으며, 이제는 숨 가쁘게 달리던 속도를 늦추고 지나가는 풍경을 감상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저에게 두 번째 무대에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오랜 시간 손발을 맞추면서 업무 기반을 다져왔던 협력업체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받았고, 이제 다시 무대 뒤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화장을 하고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연극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면서 말입니다.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가슴 뛰는 설렘과 왠지 모를 걱정이 교차하게 마련입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성이 작동하기 때문이지요.
물론 새롭게 시작하는 곳은 거대하고 정교한 기계처럼 돌아가는 대기업의 시스템과는 확연히 다를 것입니다. 조직의 규모가 작은 만큼 때로는 시스템의 빈자리를 직접 채워야 할 것이고, 예전만큼 충분한 처우와 완벽한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익숙했던 편리함 대신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이 때로는 막연한 부담으로 다가옴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주어진 귀한 기회는 "대단한 행운"이고, 저에 대한 "믿음과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오랜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값진 지혜가 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현역으로서 다시 한번 열정을 쏟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청춘시절처럼 가슴이 뜁니다. 완벽하지 못한 조직과 시스템은 오히려 제가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갈 '기회'가 될 것이고, 부족한 환경은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 성장시킬 수 '희망의 공간' 될 것이라 믿습니다. 아니 그렇게 만들어 가야 할 것이네요.
이제 새롭게 주어진 직책과 연봉, 그리고 근무 조건에 대한 협의를 기쁘게 마쳤습니다. 앞으로 주어진 하루하루는 모래알처럼 반짝이는 사소함들로 가득 차 있을 것입니다. 새로 시작하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최선인지 하는 생각을 곱씹어 보며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 몸을 싣습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위해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