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건네는 여름의 속삭임
아빠는 대기업 연구원 출신이었다.
언젠가, 이모부가 공장 확장 제안을 하면서 아빠는 회사를 그만두고 공장에 합류했다. 하지만 1년 반 만에 그만두고 나왔다. 이모부는 평소 의심이 많아 아빠의 모든 행동을 감시 카메라와 녹음으로 감시했고, 심지어 한 직원에게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게 했다고 했다. 아빠는 그가 두려웠다. 안과 밖이 다른 사람이었다.
"아… 처음 듣는 이야기야, 아빠. 내가 초등학교 때 갑자기 이모집에 안 가고 그랬던 거, 그 때문이었구나."
'내 어린 시절의 아빠는 늘 든든하고 강한 사람이었는데, 이런 상처를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니.' 엄마도 말을 아꼈지만, 이모집 특히 이모부와 어색한 관계라는 건 눈치챘었다.
퇴사 후 아빠는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큰 사고를 당해 1년동안 세 번 수술을 받았다. 몸도 아팠지만, 마음은 더 깊이 다쳤다. 정신과 상담 치료까지 받았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였다.
"그때 기억나, 아빠! 내가 4학년인가 5학년때 였으니까. 사고 나고 일주일쯤 지났을 때 엄마가 말해줬잖아. 아빠가 출장 간 게 아니라 병원에 있다고. 나, 그때 정말 많이 울었어."
"그 뒤로는 계약직만 했어. 아빠 나이도 있고 해서… 다섯 번 넘게 옮겼지. 어떤 곳은 계약 만료, 어떤 곳은 안 맞는다고… 이번엔 급여가 세 달 넘게 밀려서 힘들어."
"아빠, 이런 일을 숨기기엔 너무 큰 일이에요."
"나 사실 부끄러워. 나 스스로에게 많이 부끄러워. 참 열심히 사는 인생이라 생각했는데"
"엄마가 많이 놀랄까 봐… 그래도 뭐든 다시 해보려고 해. 취업이든 창업이든. 그냥… 10년 전 그 사고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그 말은, 무너진 건물이 스스로 일으키려 하는 마음처럼 조용히 울렸다.
'아빠의 세상은 얼마나 오랫동안 무너져 있었을까.'
정윤은 아빠의 옆모습을 보며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