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건네는 여름의 속삭임
저녁 식사는 후쿠오카 나카스 강변의 창가 좌석이 있는 모던한 레스토랑에서 즐겼다.
강물에 비치는 도시의 불빛과 나카스 야타이의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져 낭만적인 야경을 선사했다.
정윤은 일식 플레이트를, 아빠는 해산물 파스타와 글라스 와인을 주문했다.
정윤은 접시에 담긴 아기자기한 요리들을 보며 말했다.
"아빠, 이 채소 구이는 단맛이 정말 진하네요. 이렇게 정성스러운 요리를 보니까, 마치 아빠가 저한테 말없이 건네는 따뜻함 같아요. 저는 아까 폭포에서 들었던 물소리처럼 마음이 시원해졌어요."
아빠는 따뜻한 파스타 한 포크를 돌리며 웃었다.
"네 말처럼 파스타도 시원한 바다의 맛이 난다. 게다가 화이트 와인 한 모금 마시니, 온몸의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아. 네 덕분에 이렇게 멋진 곳에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마음속 얘기도 나눌 수 있어 정말 좋다."
정윤은 포크로 아빠 접시의 파스타를 덜어내며 말했다.
"아빠는 왜 저한테 사업 이야기보다 사람 이야길 더 많이 해요?"
"사업은 실패해도 사람은 남아. 너랑은… 내 실패마저 얘기할 수 있어서 좋아."
아빠는 딸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어쩌면… 이젠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 너와 솔직하게 나눌 수 있는 관계가 더 소중하다는 걸 깨달은 건지도 모르지."
"아빠, 이제는 제가 아빠한테 묻는 것보다 먼저 아빠가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그 대신... 제가 말할게요."
"네 말은 늘... 내 생각보다 앞서서 날 안심시켜."
정윤은 고개를 들고 아빠를 보며 말했다.
"저는 아빠가 힘들 때 혼자 숨지 않고, 저한테 기대는 법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가 아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일 거예요. 저 이제 성인이에요. 내년엔 졸업반이고.."
아빠는 딸의 말에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을 보았다.
그는 말없이 딸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