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3. 찍찍이들

역시 난 컴퓨터 앞이 제일 편하다

by 겨울아이

최근 교수님께서 나에게 많은 걸 경험시켜보고 싶으시다고 하여... 같이 콜라보하게 된 박사님의 실험 보조를 보내셨다. 다시 말해, '팔린' 상태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동물 실험을 한 번도 안 해본 나에게 있어 매우 재밌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이 들어 열심히 참여하겠다고 했다.


일단, 우리의 논문 주제는 'HIFU 초음파를 이용해 '방사선 피부염'과 같은 흉터를 지울 수 있을 것인가? 인데, 다시 말해, 방사선 치료를 받은 이후 생기는 문제를 초음파를 맞은 세포의 재생 능력으로 해결하자, 가 주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조직 병리가 필요하고, 그 조직에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임상병리학과의 박사님과 같은 배에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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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건물에서 쥐를 키우고 있다는 건 처음 듣는 거라 상당히 신기했다, 아무튼 이런 하얀 색의 래트를 이용해 타투를 시키고, HIFU 초음파를 조사해서 그 타투의 조직 변화를 봐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항상 실험마다 1마리 이상의 래트를 희생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 난 정말 놀란 게 난 앉아서 컴퓨터 두들기다가 에러 나면 화만 냈는데 정말 이런 생물학 관련 실험은 신경쓸 게 많다는 것.


여담으로, 이 일을 적기 전 정말로 당황스러웠던 걸 적으면, 아무래도 난 임병과가 있는 건물에 들어갈 일도 적고, 지금은 세브란스에서 상주 중이니 굳이 그 실험실로 가지 않아 분위기가 어떤지는 몰랐지만 갑자기 박사님께 같은 여성 석사생 분이 달려오면서 '안아준다면서!!!'라고 하는 와중 나와 눈이 마주쳐 나도 당황해 굳어버리니, 엄청 낮아진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하시더라. 역시 여초과라 그런 건가... 그럼에도 나도 너무 당황해 '저희는 저러면 큰일나는데...'라고 말씀드렸다. 이탈리아인을 만난 독일인이 된 느낌...


1. 래트 사육 방법의 순서가 체계적이라 외우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케이지도 갈고, 베드도 갈아야 하고, 실험이 끝나면 밥을 줘야 하고, 빛이 들지 않게 방향을 조절하고, 이동할 땐 물병이 기울어지지 않게 하고, 옮길 때는 꼬리(꼬리 잡혀서 이동되는 걸 아는 건지 손을 갖다 대면 꼬리를 숨기는데 너무 귀여웠다)를 잡아 최대한 낮게 해서 짧은 시간 안에 옮겨야 한다든지...


2. 희생이 있기 전에, 타투를 보기 위해 면도도 해줘야 했다. 이때 호흡마취를 사용하는데... 아이들을 마취시키는 게 상당히 시간이 걸리는 게 신기했다. 주사가 아니라 왜 호흡마취인지 여쭈어보려다가 무식하다는 소리 들을까봐 침묵 유지를 했다. 이후, 아이들은 심장 채혈 후 이산화탄소로 희생이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참 동물들이 불쌍하다는 것도 느꼈다.


3. 실험이 대략 6시간 이어져서 케이지 정리라든지, 모든 일과(전체는 아니고 박사님과 다른 석사생분이 끝까지 정리하고 가셨다.)를 마치니 내 책상이 너무 그리웠다... 그냥 앉아서 코드 뜯어보고, 셀 화면에 분풀이 하고, 중간마다 누나한테 농담 던지고, 노래 들으면서 데이터를 정리하던 게 그렇게 편한 일었구나... 라는 그리움이 담긴 나의 기억.


매주 금요일마다 이 일을 해야 한다고 하시고, 방학 때는 나도 조직병리에 가볍게 손을 얹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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