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북한산] 일출 단상

그립던 구절초

by 김상현

새벽 백운대 탐방센터 주차장에 있는 부처님의 눈길을 따라 하늘을 보니 공간에 박힌 별들이 총총 빛나고 있다. 4시경에 깜깜한 산길을 걸으면 등골이 오싹할 때가 있었지만, 이것이 새벽산행의 묘미인싶기도하다. 서늘한 초가을이라고 하지만, 하루재까지 가는 길이 경사가 있어서 땀이 주르륵 흐른다. 잠시 계곡물에 얼굴을 씻고 앞으로 나아간다.


백운산장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두팀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친구 또는 대학동기모임인듯

한데 현재와 과거 일들을 주거니 받거니하며 적막한 산장을 깨우고 있었다. 백운대 정상을 바라보니 벌써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헤드라이트 불빛이 선명하다.


백운봉 암문에 서니, 맞은 편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이 노곤했던 육체를 다잡게한다. 작년 이맘때쯤 암문위에서 인사하던 구절초에게 올해도 왔다고 눈짓하고 정상으로 향한다.

백운대 정상 일출

백운대 정상에서는 세차게 펄럭이는 태극기와 젊은 청춘들이 혼재하며 붉은 해가 떠오르길 기다린다. 고생끝에 낙이 온다고하지만, 서늘한 바람때문에 움추러드는 육체는 따뜻함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사패산, 도봉산, 인수봉을 데우며 동쪽하늘에서 빨간 반원이 올라온다. 매일 쳇바퀴도는 일상이지만, 떠오르는 당찬 해를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하루하루가 버겁다면 큰 산에 올라 멋진 일출을 바라보면 좋겠다. 지리산 촛대봉, 천왕봉, 덕유산 설천봉, 설악산 대청봉에서 바라보는 자연의 위대함에 겸손해지는 이유를 알면 좋겠다.


꽃도 더높은 곳을 지향하는 사람같은 존재인 것같다. 바람 혹은 새에 의해 오른다고하지만, 아랫동네에서 피는 구절초는 이렇게 넓은 세상을 어찌 알까싶다. 하고싶은 것은 바로 실행하라. 오늘이 가을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날이다.


인천 계양산과 서해바다(2024.9.29)
도봉산과 사패산
도봉산 오봉과 그 뒤 사패산

일출


검푸른 어둠의 마지막 조각이
산등성이를 따라 물러날 때,
백운대 정상엔 숨조차 고요하다.


한 줄기 빛,
먼 동쪽 하늘 붉은 틈을 가르며
천천히 세상을 깨운다.


바위는 햇살에 물들고,
서늘한 바람은 붉은 숨결을 품는다.
침묵 속에 눈부신 약속이 솟아오른다.


내 안의 그림자들도
그 빛 앞에 작아져
조용히 하루를 받아들인다.


나는 지금,
하늘과 땅이 맞닿는 이곳에서
새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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